'폭주대장' 그린, GSW 울리고 웃기는 ‘시한폭탄’
‘빌 레임비어, 데니스 로드맨, 브루스 보웬, 매튜 델라베도바, 자자 파출리아, 메타 월드 피스, 드마커스 커즌스, 잭 랜돌프, 패트릭 베벌리, 카이리 어빙’ NBA에서 한시대를 풍미한 혹은 현재 진행중인 대표적 악동들 명단이다. 팀 승리를 위한 열정이 강하고 궂은 일도 서슴치않는 성향이지만 때론 의욕이 지나쳐 일반적인 선을 거침없이 넘어버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과 극이다. 기본적으로 공수 어느 쪽에서든 팀에 도움이 되기에 출장시간을 많이 가져가고 상황에 따라서는 이미지 추락을 감수한 채 악역을 맡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악역이 악역이 아닐 때도 많다. 감독과 동료들이 ‘그만!’사인을 내도 이에 아랑곳없이 격앙된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며 팀을 위기에 빠트리는 경우도 적지않다.
로드맨과 메타 월드 피스는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강력한 수비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팀 입장에서는 함께 동행하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을 가지고 지내야 했다. 코트 위에서도 문제지만 밖에서도 쉴새없이 기행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특유의 열정을 승리 에너지로 발산할 때는 누구보다도 든든한 동료지만 멈춰야할 때 멈추지않고 기어이 폭발시켜버려야 직성이 풀릴 때도 많았다.
디트로이트 '배드보이즈'의 일원이었던 빌 레임비어와 샌안토니오 왕조의 소금으로 불렸던 보웬은 더티한 수비로 악명높았다. 툭하면 점프한 상대의 발밑에 발을 집어넣었던 레임비어나 경기중 무술 영화에서나 볼법한 날려차기로 상대 선수의 안면을 가격한 보웬 등 이들은 단순히 거친 수준을 넘어 상대를 크게 다치게 할 정도의 반칙도 서슴치않았고 이에 타팀 팬들로부터 엄청난 원성을 들어야만 했다.
물론 이에 아랑곳없이 계속해서 그러한 플레이를 이어간 것을 보면 당사자들은 그러한 평판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은듯 하다. 어쩌면 그것이 NBA라는 거대한 정글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나름의 생존 방식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빌런 역사에서 그들의 이름은 지워지지않고 두고두고 회자되는 모습이다.
어빙같은 경우 코트 안에서 상대를 크게 다치게한다던가 분위기를 해치는 등의 모습은 잘보이지않는다. 하지만 코트 밖에서는 다르다. 갖은 기행에 더해 수시로 팀에 불만을 드러내고 변덕이 죽을 끓는 등 팀 분위기를 망치거나 전력에 큰 손실을 가져오는 언행을 서슴치않는 캐릭터다.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을 악동보다는 히어로급으로 착각(?)한다는 점에서 사용법이 더욱 어렵다.
현시대 최고의 팀중 하나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원클럽맨 '데이데이(Day Day)' 드레이먼드 그린(33‧198cm) 또한 이같은 명단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매운맛 커리' 스테판 커리(35‧188cm), '머신' 클레이 탐슨(33‧198cm)과 함께 프랜차이즈 스타로 불린다. 이른바 이들 빅3가 있었기에 골든스테이트는 신흥명문으로서 역사에 남을 현판을 달 수 있었다.
그린은 매우 유니크한 플레이어다. 파워포워드로서 사이즈가 큰 것도 그렇다고 공격력이 좋은것도 아닌 어정쩡한 언더사이즈 빅맨임에도 불구하고 팀의 우승 4회에 기여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중 한명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린은 공격이 그냥 안좋은 수준이 아니다. 현대 농구에서 더욱 강조되고있는 슈팅능력은 물론 전반적인 공격스킬에서 평균 이하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통산 3점슛 성공률이 겨우 30%를 넘고있으며 궤도 역시 직사포로 날아가 블록당하기 딱좋다. 현재의 성공률도 한창 좋을 때의 기록이 포함되어있는 것인지라 최근 들어서는 더욱 안좋아졌다고 보는게 맞다. 적지않은 나이, 슛폼, 슛궤도 등을 보면 갑자기 슈팅력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어보인다.
준수한 빅맨들이 가지고있는 다양한 포스트업, 페이스업 테크닉은 고사하고 슛터치 자체가 좋지못한지라 포스트 인근에서도 안정적인 야투성공률을 가지가지 못한다.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후 어시스트가 들어오는 등의 직접적으로 떠먹여주는 득점 혹은 유달리 슛감이 좋은 날이 아니면 고득점을 올리기 힘든 스타일이다.
그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린이 골든스테이트 시스템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있는 것은 부족한 공격력을 덮어버릴 확실한 장점의 존재가 크다. 그린은 수비에 있어서만큼은 스페셜리스트로 불린다. 엄청난 압박으로 앞선에서 상대를 숨도 못쉬게하거나 포스트 인근에서 압도적인 골밑 지배력을 자랑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넓은 활동력을 통해 앞선 뒷선 양쪽에서 평균 이상의 수비공헌도를 가져가는 올 어라운드 디펜더다.
가드와 빅맨을 가리지않고 막아낼 수 있는 전천후 대인수비능력에 더해 도움수비, 스틸능력 등 수비에 있어서만큼은 깔게 없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높은 수비 BQ를 통해 볼의 흐름까지 보면서 플레이하는지라 그가 코트에 있으면 어지간해서는 수비에서 미스매치가 발생하지않는다. 골든스테이트가 최고의 스몰볼 팀으로 거듭난데에는 그린의 전천후 수비력이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했다고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이즈 대비 좋은 힘과 체력을 앞세운 활동량 거기에 영리하고 열정적이기까지 한지라 자신이 맡은 상대는 경기내내 숨도 쉬기 어려울만큼 지독하게 괴롭히고 또 괴롭힌다. 거기에 기동력과 사이드스텝이 좋아 내외곽을 가리지않고 부지런한 컨테스트를 통해 빅맨, 윙자원, 핸들러를 견제하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물론 아무리 수비가 좋다고해도 공격에서의 공헌도가 없다면 반쪽자리 선수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선수로서의 가치도 크게 떨어지게 된다. 그린은 공격스킬, 슈팅능력 등이 떨어진다뿐이지 공격공헌도 자체가 낮은 선수는 아니다. 그는 스크린 플레이가 유독많은 골든스테이트에서 핵심 스크리너인 동시에 게임메이커다.
시야가 넓고 볼 핸들링이 좋은지라 리딩과 패싱능력에서 탁월한 기량을 갖추고 있다. 메인 볼핸들러보다는 '링커'로서 최고치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지만 그렇기에 커리와 최고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린이 있기에 커리는 포인트가드이면서도 리딩부담을 덜고 팀내 득점리더로 활약할 수 있으며 각종 패싱 플레이에서도 서로간 유기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커리를 통해 그린을 거치고 다시 동료들에게 이어지는 패싱 플레이는 골든스테이트 오펜스 시스템의 뿌리이자 열매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선수가 원클럽맨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팀 입장에서는 부러운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팀 입장에서 그린은 ‘양날의 검’으로 다가올 때가 적지않다. 열정적인 것은 좋지만 도가 지나쳐 상대팀이 아닌 소속팀을 베어버리는 상황도 종종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린은 커리와 함께 팀내에서 리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커리가 칭찬 위주로 동료들의 기를 살려주면서 분위기를 살리는 리더라면 그린은 쓴소리도 마다하지않는 강성형 리더다. 물론 그린같은 리더도 팀에는 필요하고 실제로 긍정적인 영향도 많이 끼쳤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문제는 그린의 플레이와 언행에는 과할 때가 많다는 사실이다.
팀 동료는 물론 스티브 커감독에게도 소리를 질러대는 모습까지는 승부근성으로 봐줄만하다. 하지만 경기중 비매너 플레이를 저지르거나 흥분을 감추지못해 수시로 테크니컬 파울을 받는 모습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많다. 그로인해 팀을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지라 골든스테이트 팬들까지도 부정적인 반응일색이다.
아니라다를까 그런 언행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으며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의견이 늘어나고있는 분위기다. 현재 골든스테이트는 LA 레이커스에 1승 3패로 뒤지고 있다. 1패만 더 추가한다면 올시즌은 끝이다. 3연승의 기적을 기대하는 팬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더 이상 뒤가 없는지라 매경기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그린 또한 자신의 감정보다는 팀을 위한 희생과 자제력을 더 생각해야될 시점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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