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병, 선글라스로 신호…민주노총 전 간부들, 北 공작원 접선(종합)
기사내용 요약
수원지검, 北 지령 받고 간첩활동 민주노총 전 간부 4명 구속기소
北 북 지령문 90건 역대 최다, 보고문 24건·암호해독키 등 분석
계단에서 생수병 마시고, 손수건으로 선글라스 닦는게 접선신호
유튜브 동영상에 '토미홀'이란 단어 포함된 댓글 올리면 접선가능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고 노조 활동을 빙자해 북한의 지령을 수행해 온 민주노총 전직 간부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정원두)는 10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제공 등)로 민주노총 전 조직쟁의국장 A(52)씨 등 4명을 구속기소 했다.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에게 포섭된 이들은 민주노총에 지하조직을 구축한 뒤 비밀교신 등 간첩행위를 하고, 합법적 노조활동을 빙자해 북한의 지령을 수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과 국가정보원, 경찰 등은 민주노총 사무실과 A씨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역대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중 최다 규모인 총 90건의 북한 지령문과 보고문 24건, 암호해독키 등을 확보·분석해 이들 범행을 밝혀냈다.
검찰이 분석한 자료들을 보면 A씨는 2017년 9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 3명과 접선하는 등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해 국내 활동 등 지령을 수수했다.
이들은 접선 장소와 시간뿐만 아니라 '계단에서 대기하다가 정각에 손에 들고 있는 생수병을 열고 마시는 동작', '손에 들고 있는 선글라스를 손수건으로 2~3차 닦는 동작' 등 사전에 신호까지 약속해 만나는 등 첩보영화를 방불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48)씨도 같은 해 북한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았고, 전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C(54)씨와 전 민노총 산하 모 연맹 조직부장 D(51)씨도 2017~2019년 사이 북한과 접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북한과 수시로 교신한 A씨 등은 민주노총 중앙본부, 산별·지역별 노조에 지하조직을 구축하고, 북한 측 지령에 따라 주요 간부들을 조직원으로 포섭 시도하는 등 지휘부와 핵심부서 장악을 시도했다.
아울러 주요 사회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반정부 투쟁, 반미·반일감정 등을 조장하며 민주노총을 정치투쟁 선동에 동원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북한에서 보낸 지령에는 2019년 2월엔 당시 야당 인사의 5·18 망언을 계기로 농성 투쟁 및 촛불시위 진행하기, 같은 해 4월에는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방한 시 회담장소와 숙소 주변에서 계란 투척, 성조기 찢기 등 투쟁을 연구해 실천하라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6월 실시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2020년 실시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등을 앞두고 구체적인 활동방향과 보수당 집권을 막기 위한 단계별 투쟁방향 등을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20년간 북한 공작원과 교류해 북한 공작원이 '혈육의 정'을 나눴다고 표현할 만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A씨는 민주노총 대외협력실 국장, 조직실장, 기획국장 등 핵심부서 책임자로 활동하며 민주노총의 정책·조직·인사·교육 등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는 또 '주요시설 종사 노조원 등을 통해 청와대 등 주요 국가기관의 송전선망 마비를 위한 자료를 입수하고, 화성·평택 2함대 사령부, 평택 화력발전소, LNG저장탱크 배치도 등 비밀자료를 수집하라'는 북한 지령을 받아 국가기밀 탐지·수집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은 A씨의 사무실 PC에서 평택 미군기지·오산 공군기지 등 군사시설 및 군용 장비 동영상과 사진 자료 등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A씨 등은 북한에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결과 예상 보고, 내부 통신망 ID 및 비밀번호 등 정보를 북한에 보고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들은 유튜브 댓글 등을 통해 북한과 소통하기도 했다. 임의로 정한 유튜브 동영상에 '토미홀'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댓글을 올리면 접선 가능, 그렇지 않을 경우 '오르막길'이라는 단어를 올리도록 사전에 합의해 접선 가능 시기를 조율한 것이다.
검찰은 이번 사안에 대해 "민주노총 내부에 지하조직을 구축한 전 핵심 간부들이 그 영향력을 이용해 북한 공작기관이 원하는 방향으로 민주노총 활동을 이끌며 동조세력을 확대하려다 적발된 사건"이라며 "국내 최대 노동단체를 외피로 삼아 근로조건 개선이 아닌 북한 지령에 따른 정치투쟁 등에 집중하도록 주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이 사건을 송치받은 뒤 수사를 벌여왔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구속기간을 2회 연장할 수 있다. 이에 검찰 단계에서 최대 3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
A씨 등은 검찰 조사에서 진술거부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공범에 대한 수사도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계속 진행해 민주노총에 침투한 지하조직이 저지른 반국가적 범죄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해 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ga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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