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 기품 갖춘 스파이 소설 '기억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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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이 끝나던 1945년 영국 런던.
2차대전 종전 직후까지 영국 정부의 스파이로 암약한 주인공의 어머니 로즈는 실제로 2차대전 당시 런던 블레츨리 파크에서 암호분석원으로 일한 여성 요원들이나 나치의 손에 희생당할 뻔한 수많은 생명을 구한 여성 레지스탕스 대원들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인 온다치는 2차대전을 다룬 장편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1992년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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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후 영국서 활약한 여성 스파이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2차대전이 끝나던 1945년 영국 런던. 열네 살 소년 너새니얼과 누나 레이철은 엄마로부터 아버지가 싱가포르로 발령받았다면서 한동안 기숙학교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이들을 돌봐주는 중년 남자는 커다란 덩치에 행동거지가 영 수상한 인물. 남매는 그를 '나방'으로, 나방의 친구인 전직 복서에게는 '화살'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이들은 남매를 런던의 온갖 숨겨진 곳들로 데리고 다니며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교육한다.
어느 날 너새니얼은 수상한 자들의 손에 납치되고, 겨우 풀려난 뒤 정신을 차리고는 냉철한 스파이의 모습으로 나타난 어머니를 마주한다.
캐나다의 세계적인 작가 마이클 온다치의 장편 '기억의 빛'은 음지에서 사랑하고 싸우며 활약했던 사람들과 그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온다치는 반전을 거듭해가는 한 가족의 여정을 섬세하고도 밀도 높은 문장으로 솜씨 좋게 엮어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대전쟁의 시기에 음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한 여성의 입체적인 삶을 흥미롭게 묘사한 것이 돋보인다.
2차대전 종전 직후까지 영국 정부의 스파이로 암약한 주인공의 어머니 로즈는 실제로 2차대전 당시 런던 블레츨리 파크에서 암호분석원으로 일한 여성 요원들이나 나치의 손에 희생당할 뻔한 수많은 생명을 구한 여성 레지스탕스 대원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어머니의 숨겨진 삶의 흔적을 추적하는 아들 너새니얼 역시 독립적이고 은밀한 성격의 정보국 요원이 된다.
'기억의 빛'은 이렇듯 신비로운 매력의 인물들과 풍부한 미스터리에 더해 섬세하고 지적인 문장으로 고전적인 기품까지 갖췄다.
작가인 온다치는 2차대전을 다룬 장편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1992년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탔다. 2018년에는 부커상 50주년을 기념해 수상작 중 최고의 작품에 주는 황금 부커상까지 받았다. '기억의 빛' 역시 2018년 부커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이 소설의 원제는 '워라이트'(Warlight)다. 전시에 등화관제로 사방이 칠흑처럼 어두울 때 길을 밝히기 위해 쓰이는 희미한 빛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민음사. 김지현 옮김. 388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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