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디지코’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이티라떼]
연초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싼 지배구조 사태 이후 KT가 발표하는 공식 자료에서 디지코라는 표현이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죠.
디지코(DIGICO)는 ‘디지털’과 ‘텔레콤’의 합성어로, 2020년 처음 등장한 표현입니다.
‘올드한 통신사’ 허물을 벗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로 무장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며 2020년 10월 당시 구현모 KT 대표가 내걸었던 슬로건입니다. 그는 “오늘 KT는 통신기업(Telco)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로 변화한다”고 주주들에게 새 가치를 천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디지코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신성장 사업을 키워 통신과 비통신 매출 비중을 5대 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후 KT는 공식 발표 자료마다 워터마크처럼 맨 밑에 ‘디지코(DIGICO) KT란?’이라는 별도 설명 내용을 표기해왔습니다. 기업가치 제고 전략으로 언론과 주주들을 상대로 늘 ‘디지코 KT’라는 새 지향점을 인식시키고자 노력한 것이죠.
그런데 이 슬로건을 만든 구현모 대표가 올해 초 연임에 실패하고 후임으로 뽑은 윤경림 대표 후보자마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자진사퇴를 결정하면서 디지코라는 단어는 ’금기어‘가 됐습니다. 지배구조 사태 이후 KT가 발표하는 그 어떤 자료에도 더이상 디지코라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 정부와 국민의힘 압박에 전직 대표와 새 대표 후보자가 찍혀 낙마하면서 KT를 상징하는 슬로건마저 눈치를 보고 써야 하는 기피 단어가 된 것입니다.
수 개월전 클라우드 사업의 강력한 성장세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콘텐츠 사업에서 대성공을 나열하며 “디지코 성공 방정식이 완성되고 있다”고 자평하던 KT의 당찬 모습에 비춰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특정 기업을 상대로 정부와 정치권의 무리한 지배구조 개입은 초거대 AI 모델 개발 등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KT의 미래 사업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습니다. 당장 내일 발표될 1분기 KT 실적에 대한 시장 전망도 부정적입니다.
부당한 정치 외풍이 해당 기업에 어떤 수준의 공포와 급변 상황을 초래하는지 그 많던 ’디지코‘ 슬로건의 멸종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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