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 “세계보건총회에 대만 초청해야”…중국 “결연히 반대”
미국이 공개적으로 대만의 세계보건총회(WHA) 참여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 그러나 대만 문제가 미·중 갈등의 핵으로 자리잡고 있는 터라 올해도 대만의 WHA 초청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곧장 “결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세계보건기구(WHO)의 의사결정 기구인 WHA가 세계 공중보건 우선 순위를 논의하기 위해 연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이는 전 세계 대표단과 보건 전문가들이 글로벌 보건 및 보건 안보를 발전시킬 특별한 기회로, WHO가 올해 WHA 연례회의에 대만을 옵서버로 초청해 논의에 전문성을 더할 수 있기를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반대하는 대만의 WHA 참여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WHA는 WHO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매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연례회의를 갖는다. 올해 회의는 오는 21∼30일 열릴 예정인데 1971년 중국의 유엔 가입으로 유엔과 WHO를 비롯한 모든 산하기구에서 퇴출된 대만은 WHA 참가 자격이 없다. 국민당의 집권으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가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2009∼2016년에는 대만이 WHA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했지만 민진당 소속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집권 이후에는 그마저도 제한돼 왔다.
대만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사회의 여론을 등에 업고 WHA 참여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중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이 대만의 WHA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법까지 만들었지만 역시 소용은 없었다.
중국은 WHO를 포함한 국제기구의 대만 참여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낸시 펠로시 당시 미 연방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올해 차이 총통 방미 및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의 회동 등으로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중국은 올해도 대만의 WHA 참여를 적극 막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 성명이 나온 이후 정례브리핑에서 “결연히 반대한다”며 “WHO 활동을 포함한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는 반드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비춰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성명에서 “대만의 옵서버 초청은 국제보건 협력에 있어 ‘모두를 위한 보건’ 접근방식이라는 WHO의 포괄적 약속의 좋은 예시가 될 것”이라며 “대만을 WHA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세계가 요구하는 포괄적인 글로벌 공중보건 협력과 안보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만이 적절한 국제 토론의 장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지지는 대만관계법 및 미·중간 6대 보장과 3개 코뮈니케에 따른 하나의 중국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량광중(梁光中) 주한국 타이페이대표부 대표도 10일 “대만은 코로나 확산을 성공적으로 억제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및 싱가포르와 비교했을 때, 누적 확진 사망률 부문에서 6위, 코로나 백신 최소 1회 접종자 수 부문에서 4위, 백신 추가접종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다”고 강조하면서 대만의 WHA 옵서버 자격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은 WHO와 협력하여 모범적인 방역 경험과 모델을 공유하고, 글로벌 보건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협력하길 희망 한다”며 전 세계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그러나 왕 대변인은 “하나의 중국 원칙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지지를 얻는 것은 민심이 향하는 바이자 대세”라며 “부인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고 막을 수도 없으며, 대만 카드를 쓰고 대만으로 중국을 제압하려는 도모는 반드시 국제사회의 결연한 반대에 봉착하고 실패로 끝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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