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미국···국내투자자, 주식·채권 다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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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은행 파산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 연방준비제도(Fed)까지 금리 인상을 놓지 못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증권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4월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증시에서 주식 3억2702억달러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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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주식은 같은 달 순매수 전환
미국 채권 매수세도 매월 줄어들어
1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4월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증시에서 주식 3억2702억달러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7억632만달러), 2월(1287만달러), 3월(1억7983만달러) 순매수세를 이어오다 처음 순매도로 돌아선 것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120개 북미 펀드에서도 4503억원(9일 기준)이 이탈했다.
반면, 이 기간 유럽시장에선 정반대 움직임이 나타났다. 1월(2271만달러), 2월(1377만달러), 3월(2570만달러) 연달아 순매도 흐름을 보였던 국내 투자자들이 4월 들어 주식을 순매수(929만달러)한 것이다.
아시아(중국 제외) 증시에선 여전히 ‘팔자’를 고수하고 있으나 2월(-5318만달러), 3월(-3866만달러), 4월(-3526만달러) 등으로 매도 강세는 약해지고 있다. 일본, 싱가포르, 태국 등지에서는 순매수세를 되찾았다.
중국의 경우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풍부한 노동력과 높은 잠재성장률을 앞세운 신흥국들에 투자금을 빼앗기는 모습이다. 1월 3295만달러였던 순매수 금액은 2월 순매도로 돌아서더니 4월엔 1471만달러까지 불어났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중국에서 빠진 주식 투자금을 여타 지역이 흡수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증시가 회복할 만한 재료가 좀체로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무역분쟁 지속으로 미중 모두 힘을 소진하고 있는 데다 금융 리스크 확산 여파로 미국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하면서 신용경색 우려까지 불거지고 있다.
연준은 이달 초 기준금리를 25bp(1bp=0.25%p) 인상하면서 종료 시점을 재차 연장했다. 대출 규제와 결합하면 시중 유동성을 대거 말릴 수 있는 만큼 주식시장엔 겹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부채한도를 놓고 의회와 신경전을 벌이는 탓에 미국 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전망마저 나올 만큼 불안정한 상태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간체이스 전략가는 지난 8일(현지시간) “경기 침체 위험이 남아 있어 최악이 지나갔단 투자자 기대는 틀렸다고 판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1·4분기 미국증시에서 주식 133억달러(약 17조6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그 중 자사주 매입 대금을 제외하면 29억달러만 투자에 썼단 소식도 이 같은 자금 유출세가 비단 국내 투자자에게 한정된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 채권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1월 순매수액은 4억433만달러였으나 월별 기준으로 그 금액이 감소, 3개월 만에 1억4474만달러로 내려앉았다. 피봇(정책 전환)이 미뤄진데 따른 실망감도 영향을 미쳤겠으나 그보단 경기가 불안정한 만큼 하이일드(투기등급) 채권을 향한 의구심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임제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융 불안으로 중소기업들 자금조달 여건이 위축되고 있고, 소비 성장세 둔화에 따른 마진 악화 등으로 부도율 상승 리스크가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미 국채 수익률과는 대체로 반대인 만큼 금리 하락 국면에선 투자 비중을 보수적으로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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