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표현으로 도배된 도심 시위..“집시법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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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법을 통해 국민들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최근 특정 집단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도를 넘어선 혐오 표현으로 오히려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헌법에서 보호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집회 시위 방식을 제한하고 국민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평온을 보호하는 취지에서 집회 시위 현장의 혐오 표현 등을 규제하는 다수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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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비방·소음 등 거리 메워
“성숙한 시위 문화 위해 집시법 개정 필요”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우리나라는 법을 통해 국민들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최근 특정 집단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도를 넘어선 혐오 표현으로 오히려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예훼손과 인신공격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음을 발생시키며 피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대기업 사옥 주변, 혐오표현 가득..타인 기본권 침해
이러한 사례들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광화문에 자리한 KT 사옥 앞에는 ‘범죄경영진 구속처벌’ 등의 명예훼손성 문구가 적힌 수개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남역 삼성 사옥 주변 현수막에는 정돈되지 않은 빨간색 글씨체로 ‘갑질하고 직무 유기하는 XX’ 등의 자극적 문구가 적혀 있다. 양재동 현대차 사옥 인근에는 기업은 물론 관할 구청까지 비방하는 ‘대기업 X개 노릇 XX구청’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혐오표현으로 가득한 집회와 시위는 대부분 대기업을 겨냥해 이뤄진다. 여론과 이미지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대기업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고,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한 목적이다. 헌법이 보장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정당한 자기 표현의 수단이 아닌,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해 상대를 적대시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관계를 왜곡한 주장이나 모욕적이고 혐오스러운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시위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시위자들의 믿음 때문이다. 이들은 출퇴근 무렵에는 고성능 스피커와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비방, 욕설 등 소음이 거리를 메운다. 또 해외 거래처 외국인 관계자들의 방문이 잦은 글로벌 기업 사옥이라는 점을 노려 상대방을 비방하는 내용을 영문으로 작성하기도 한다.
시위자들은 패소하더라도 법원이 금지한 표현만 수정한 현수막을 새로 제작해 시위를 재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시위 현장의 비방과 욕설 등은 현실적으로 제재가 어렵고 법적 집회 소음 기준은 유명무실하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10년 이상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A씨는 혐오 표현 사용 등 무분별한 시위 방법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지만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법원은 A씨의 혐오 표현과 사실왜곡을 견디다 못한 기아가 자구책으로 진행한 소송에서 ‘세계적 XX 기업, 고소고발 남발한 OO기업, Global company Kia Motors is a corrupt and inhumane company’ 등의 문구와 장송곡 등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A씨의 시위 행태는 변하지 않고 있다. 문구만 조금 수정된 현수막이 내걸려 있고, 명예훼손과 인격모독성 비방 및 욕설 등도 여전하다. 출퇴근 시간에는 장송곡을 대신한 운동가요가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집시법 개정 나서야
집회 및 시위의 목적과 성격, 방식 등이 과거와 달라진 만큼 그에 걸맞은 집시법 개정 등 적절한 규제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헌법에서 보호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집회 시위 방식을 제한하고 국민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평온을 보호하는 취지에서 집회 시위 현장의 혐오 표현 등을 규제하는 다수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현재는 개인적인 사유 또는 여러 이해 관계가 얽힌 다양한 성격의 집회 시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며 “과거 정치적 집회와 시위 등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었던 집시법을 이제는 현실을 반영해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진 (ji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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