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돌연사` 슬픔 홍보하더니, 9년간 마약 먹여 죽인 美 여성

美 유타주 세자녀 엄마, 돌연사한 남편 애도하며 동화책 발간
부검 결과 남편 체내서 펜타닐 치사량 5배…살인 혐의로 기소

남편 살해 혐의로 체포된 미 동화책 작가 코우리 리친스. [AP=연합뉴스]

갑자기 숨진 남편을 애도하며, 동화책까지 펴낸 미국의 여성. 알고보니 그는 9년간 남편에게 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을 몰래 먹여 죽음에 이르게 한 '두 얼굴의 여자'였다.

9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유타주(州) 파크시티에 사는 세 자녀의 엄마 코우리 리친스(33)는 그간 동화책 작가로 지역 사회에 얼굴을 알렸다.

리친스는 올해 3월 '나와 함께 있나요(Are You With Me?)'를 출간했고, 현지 방송에도 출연했다. 이 책은 지난해 3월 남편이 갑자기 집에서 숨진 지 1년 만에 발간된 것이다.

리친스는 이 책에서 세 아들이 세상을 떠난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위로하며, 어린이 독자들에게 소중한 이를 잃은 슬픔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다고 홍보했다.

최근 방송에서도 "다른 아이들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행복을 찾기를 바란다"면서 "아빠는 여전히 여기 있지만 방법이 다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책이 발간된 지 두 달 만인 지난 8일 반전이 일어났다. 남편을 살해한 용의자로 다름 아닌 부인 리친스가 지목된 것.

수사 당국은 리친스가 남편에게 9년에 걸쳐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먹였으며, 사망 직전에도 치사량을 투입한 것으로 보고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부검 결과 남편의 시신 체내에서 검출된 펜타닐이 치사량의 5배에 달했으며, 이는 입으로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리친스는 "집에서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낸 남편이 잠시 뒤 차갑게 식은 채 발견됐다"며 충격과 슬픔에 빠진 부인 행세를 해왔다.

리친스의 진술에 따르면 지난해 3월 3일 저녁 9시쯤 그는 부동산 중개 사업이 잘 풀린 것을 자축하며 침실에서 남편과 함께 보드카 칵테일인 '모스크바 뮬'을 마셨다.

이어 아이들을 재우느라 자리를 비웠다 4일 새벽 3시쯤 돌아와 보니 "남편이 차가운 촉감"이라며 직접 당국에 신고했었다.

리친스는 8일 구속돼 오는 19일 법원 심리를 받을 예정이다. 리친스는 또 '데이트 강간' 약물로 불리는 GHB(일명 물뽕)를 소지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