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인물’ 정효민·김인식 PD “AV산업 明만 조명? 서운해”
지난 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6부작 예능 프로그램 ‘성+인물: 일본편’(연출 정효민 김인식, 이하 ‘성+인물’)은 신동엽 성시경이 성인 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토크쇼다.
실제 일본의 성인용품 숍과 성인 산업들을 조명했다. 특히 AV (Adult Video, 성인 비디오)배우, 호스트 등 풍속업 종사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연출을 맡은 정효민, 김인식 PD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나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성+인물’이 보여주고자 한 ‘성’의 의미는 뭘까. 정효민 PD는 “성을 어떻게 정의했느냐고 묻는다면, 우리 팀에서 정의한 바로는 사회적 정체성을 규정할 때 성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만에서 촬영을 하고 왔는데 LGBT(성소수자)에 대해 촬영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동성의 혼인이 허용되지 않는다.하지만 대만은 법적으로 동성혼이 합법화되어 있다. 동성 부부가 있고, 출산에 대한 고민도 있다. 이처럼 사회적 정체성을 규정하기에 성적 정체성이 의미가 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정 PD는 또 “사람들은 자는 시간 빼고는 거의 일하는데 쓰지 않나. 제가 만드는 프로그램들이 늘 그렇다. 무수한 직업이 있고 각자 경험이 다른데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전작인) ‘일로 만난 사이’나 ‘온앤오프’, ‘코리아 넘버원’도 그랬다. 성에 대한 정체성을 가지고 직업으로 어떻게 대하는지 알고자하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아직 공개 전엔 대만편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현재 공개된 일본편은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일본편 속 AV 배우들과 인터뷰를 하던 모습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AV 제작 및 수입, 유포 등이 불법이다. 국내에서는 모든 AV가 불법인 탓에 AV가 합법인 나라에서도 불법으로 여겨지는 리벤지 포르노나 몰래 카메라 등 여러 불법 영상물 등과 용어나 개념이 혼용될 때가 많다. 이런 가운데 ‘성+인물’이 일본 성산업을 예능적인 측면으로 조명하는 까닭에 “암이 명확한 AV 산업의 밝은 점만 보여주면서 미화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온 것.
정 PD는 “AV에 대해 다루지 말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성 엔터테인먼트를 생각해 볼 때 AV의 사이즈가 크다. 이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피해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을 편의점의 나라라고 하기도 한다. 그만큼 편의점 산업이 크다는 뜻이다. AV산업도 그에 못지 않다”며 “큰 산업이기 때문에 어두운 부분(암)이 있다. 모든 산업이 그렇다. 이 정도 사이즈의 산업 중 암이 없는 산업은 없다. 논쟁이 있을 수 있는 산업이라 (암이) 강하게 부각되는데 나름 담아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PD는 “AV 여배우 편에 나오는 ‘AV는 사실 판타지’라는 말은 그 업계인 입에서 하고픈 말이 아닐 수도 있다. 남 배우 편에서는 아들이 있는 배우가 ‘직업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는 말이나, AV 감독이 ‘부모님이 여전히 반대하고 있지만 인정은 해준다’는 말 등이 나온다. 명만 조명했다고 하면 제작진으로서 서운함이 있다”고 강조했다.
AV와 관련해 ‘성착취’에 대한 비판도 대두된다. 이 부분은 왜 다루지 않았을까.
정 PD는 “비난이 많았다는 것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논의가) 달라지고 있다”며 “이런 논의를 하는 것은 중요하고, 또 필요했다. 이런 이야기가 터져나오는 것은 예능, 시사, 교양, 보도에서 충분히 시청자들의 니즈를 해결할 만큼 다뤄지 않기 때문이고, 간만에 다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양이나 다큐,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이 논의를 건드리고 싶을 거라고 생각한다. 의미있을 거고, 개인적으로 바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진행자 신동엽은 AV 여배우와 촬영을 간접 체험한 것을 둘러싸고 일부 논란에 휩싸였다. 23년째 SBS ‘TV동물농장’의 진행을 맡고 있는 ‘동물농장 아저씨’ 신동엽이 이런 프로에 출연해야 했느냐는 일부 시청자들의 항의가 나왔다.
정 PD는 “신동엽의 ‘동물농장’ 하차 논란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동물농장’ 하차로 불똥이 튄 것은 PD로서 너무 죄송하다”며 “어제까지 대만 편 촬영을 하면서도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너무 죄송한 마음만 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출연자들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고, 일에 대한 태도와 직업적인 소신, 주위의 반응 등에 대해 너무 무겁지 않게 구성하고자 했다. MC들은 이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했다”며 “다른 나라 문화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역할이다. (진행을) 잘하는 분들이라 선택했다”고 MC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PD는 “산업의 영역이라 예능에서 포괄적으로 다루기 쉽지 않았다. 인물에 초점을 맞춰서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했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고, 환경이 다를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시적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뷰어들이) 산업을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예능에서 다루는 것 으로도 미화가 될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 정 PD는 “예능에서도 어느 정도까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예능이 있고, 질문을 던지지 않는 예능이 있다. 여행 예능도 멋진 자연 경관만 보여주는 것이 있고, 좋지 않은 부분까지 보여주는 예능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대한 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인물이 느낄만한 고충에 대해서는 대답했다고 생각한다. 힘든 점도 다뤘다. 사람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다고 있는 것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어떤 질문을 왜 안 던졌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예능을 두고 너무 간 것이 아닌가 싶다. 예능 취재를 하면서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모든 부분을 담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콘텐츠에서 다룰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줄 수 있지 않을까”고 ‘예능’인 점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PD는 “적정한 영역을 다뤘다고 생각해서 공개했다. 정말 다양한 시각이 있다. 일본편에 이어 대만편이 나오면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위치인지, 어느정도에 좌표가 찍혀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성+인물’ 한국편은 고려하지 않았다. 익숙하고 알고 있는 문화 아닌가. 다른 나라를 보면 한국의 위치는 저절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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