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쉰’ 20대 늘어서”… 청년 취업자 반년째 감소인데 실업률 최저인 까닭
실업률 6.4%로 1999년 이후 역대 최저
20대 ‘쉬었음’ 인구 13.3만명 급증 영향
“구직 ‘포기’ 늘어났나… 경기 불황 착시”
4월 기준 청년층 취업자 수가 6개월째 감소세다. 그런데도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다. 청년 취업자 지표가 악화했지만, 실업자 지표는 되레 호조세를 띠는 모순적인 통계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 ‘쉬었음’ 인구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뚜렷한 이유 없이 쉬었던 청년들이 많다 보니 일종의 착시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수출 타격 등 경기 부진 상황과 맞물려 원하는 일자리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일자리 찾기를 아예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 취업자 지표 ‘흐림’인데 실업자 지표는 ‘맑음’?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13만7000명이 줄어 6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 중이다. 고용률은 46%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p) 줄었다. 그런데 동시에 청년 실업 관련 지표는 나아지고 있다. 청년층 실업자 수는 5만5000명 줄었고, 실업률은 1%p 하락한 6.4%를 기록했다. 1999년 기준 재편 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저치’다.
이를 두고 기획재정부는 ‘4월 고용동향 분석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청년층 취업자 수는 지난해 4월 18만6000명 증가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인구 감소 등에 따라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고용률은 4월 기준 2000년 이후 역대 2위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기저효과나 인구 감소만으로는 이런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취업자’로도, ‘실업자’로도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그중에서도 ‘쉬었음’ 인구가 20대에서 급격히 늘어난 영향도 있다는 것이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청년층 취업자가 감소한 부분들이 실업자로 가지 않고 비경제활동의 쉬었음 인구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 이유 없이 구직 않는 ‘쉬었음’, 20대에서 급증
‘실업자’와 ‘쉬었음’의 차이는 ‘구직 활동’의 유무에서 갈린다. 통계청이 조사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상 실업자의 정의는 ‘조사 대상 주간 수입 있는 일을 하지 않았고, 지난 4주간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일자리가 주어지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자’다.
한편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를 나타낸다. 통상 육아·가사·통학·연로·심신장애·기타 등 이유로 분류되는데, 이 중 기타에 속하는 ‘쉬었음’은 말 그대로 특별한 이유 없이 구직 활동도 않고 쉬었다는 뜻이다.
지난달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13만3000명 늘었다. 통상 쉬었음 인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60대(11만3000명 증가)를 제외하고 20대가 3만8000명 늘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5~29세 청년층으로 봐도 쉬었음 인구는 3만4000명 늘어 증가 폭이 큰 편이었다.
이는 20대 경제활동참가율과도 연결 지어 살펴볼 만하다. 20~29세 경제활동참가율은 64.7%로, 60~64세(65.4%)보다 낮았다. 그동안은 60대 초중반 세대보다 20대가 미미하게나마 높은 경제활동참가율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지난달엔 이것이 역전된 것이다.
쉬었음에 대한 이유를 자세하게 살피기 위해선 통계청이 매년 8월쯤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 조사’를 참고해야 한다. 다만 지난해 관련 통계를 참고해 추론해보면, 쉬었음의 이유로 ‘몸이 좋지 않아서’(39.4%)와 ‘원하는 일자리·일거리를 찾기 어려워서’(18.1%)가 1·2위로 꼽혔다. 해당 조사가 전 연령을 대상으로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청년층은 ‘원하는 일자리·일거리를 찾기 어려워서’가 주된 이유일 것으로 추정된다.
◇ “구직 단념 넘어선 ‘포기’… 어려운 경제 따른 착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출 경기와 반도체 등 제조업 분야 고용 상황이 악화하면서 질 좋은 민간 일자리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청년층이 구직을 아예 포기하는 풍조가 퍼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업률을 계산할 때는 실업과 구직 활동 여부가 함께 고려되는데, 구직 활동이 없는 사람은 실업자로 카운트(계산)가 되지 않으니, 실업률이 내려가 보이는 ‘착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임금이 좋고 고용 환경이 좋아야 구직 활동에 나서는데, ‘이번엔 좀 안 되겠다’ 하고 완전히 포기하는 경우로 보인다.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했다.
그는 ‘주 69시간 근무제’ 등 정부 정책 혼선에 따른 결과물일 수 있다고도 했다. 우 교수는 “최근 주 69시간 노동 정책이 화두인데 아무런 확정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불확실성이 경제 주체를 움직이지 않도록 만드는 영향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런 청년층 쉬었음 증가가 ‘추세’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통계청의 입장이다. 예로 지난 2월 쉬었음 청년층은 50만명에 육박해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반면, 지난 3월의 경우 1만5000명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것이 추세인지를 판단하려면 한두달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통계청도 쉬었음 지표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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