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장애인 활동지원금 부정수급…막을 방법 없나?
활동지원사·장애인에 지급한 '바우처 카드' 제도 허점 노려
전남·전북서도 적발 전례…현장서는 "부정수급 만연" 지적
지문·홍채인식 등 제도 개선 필요 목소리…복지부 "감독 강화"
부산에서 장애인 활동 지원 국가보조금 수천만원을 빼돌린 활동지원사와 장애인 등이 적발된 가운데, 비슷한 사례를 막기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지역 한 장애인협회 활동지원기관 관리책임자인 A씨와 활동지원사 B씨, 장애인 C씨는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보조금을 빼돌린 혐의로 최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관련기사 4.25 CBS노컷뉴스=단말기에 장애인 활동지원 시간 허위등록…지원금 '줄줄')
판결문에 따르면, 2019년 8월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보조금을 빼돌리기로 마음먹은 이들은 활동지원사 근무 시간을 단말기에 입력하는 '바우처 카드' 제도의 허점을 노렸다.
활동지원사는 장애인에게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 뒤 휴대용 단말기에 자신과 장애인의 바우처 카드를 인식시켜 근무 시간을 입력한다.
활동지원사 B씨는 장애인 C씨의 바우처 카드를 건네받아 마치 활동 보조 서비스를 제공한 것처럼 단말기에 시간을 입력했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B씨가 입력한 시간만큼 보조금을 계산해 활동지원기관으로 보냈는데, 이를 입금받은 기관 책임자 A씨는 B·C씨에게 일정 금액을 배분했다.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773차례에 걸쳐 활동지원금 5700만원 상당을 부정수급한 1년 4개월 동안,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 전까지 정부나 지자체 등 관리 감독 기관으로부터 별다른 제지를 받은 사실은 없었다.
바우처 카드로 보조금을 빼돌리다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에는 전남 화순에서 자활센터 간부 등이 장애인 수십 명의 바우처 카드를 보관하면서 4년간 29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로 적발됐다.
지난해에도 전북 남원에서 한 장애인단체 간부가 바우처 카드를 보관하면서 보조금 수천만원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결국 올해 초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실제로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지금도 현장에서는 바우처 카드를 악용해 보조금을 부정수급하는 일이 공공연하게 이뤄진다고 지적한다.
부산지역 한 장애인 관련 기관 관계자는 "바우처 카드를 활동지원사와 장애인이 각자 들고 있어야 하는데, 장애인 카드를 가지고 다니면서 실제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시간을 입력하는 경우를 많이 보고 듣는다"며 "모두 부정수급인데 당사자들은 이에 대한 위기의식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장애인들은 '원래 그렇게 하는 건가 보다'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활동지원사가 부정수급 한다는 걸 알아도 이들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관계 기관에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활동지원사도 많은데, 이런 몇몇 부정 사례 때문에 장애인 자립에 필수적인 이 제도가 축소되거나 사라지진 않을지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국고 보조금 불법 유용 사건을 수사한 경험이 있는 경찰 등은 비슷한 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부산 한 일선 경찰은 "바우처 카드 부정 사용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심지어 장애인 가족들이 활동지원사로 취직한 뒤, 장애인 바우처 카드를 다른 가족과 서로 맞바꿔 보관하면서 보조금을 타내는 형태도 있다고 알려졌다"며 "노인과 달리 장애인은 가족 요양보호사 제도가 없어 서로 다른 가족끼리 공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은 단말기에 카드 두 장만 인식시키면 시간을 입력하는 형태인데, 카드 소지자 지문이나 홍채·얼굴인식 등 추가 인증 절차를 도입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시스템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우처 카드 부정 사용 사례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행태도 진화하고 있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한국사회보장정보원과 함께 부정수급에 대한 점검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과 점검을 조금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 본인 인증 강화 등은 기술적인 부분을 좀 더 검토해 봐야 할 듯한데, 원칙적으로 본인 카드가 아니면 가지고 다니면 안 되는 게 맞다"며 "소지자들에게 다시 한번 주지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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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박진홍 기자 jhp@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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