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알린다면서 마파 두부 내놓는 예능···후원업체도 ‘난감하네’
CJ프레시웨이 후원 ‘한국인의 식판’ 비판 쏟아져
한국 매운맛 알린 ‘서진이네’···삼양식품 ‘흐뭇’
서울 강북구에 사는 강모씨(55)는 며칠 전 해외에서 직접 요리한 ‘한식’을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방송을 보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영국과 미국 현지 학교급식으로 출연진이 내놓은 마파두부와 두부탕수는 중국식, 어묵탕은 일본식인 데다 매운 김치볶음밥을 초등생에게 나눠주는 등의 내용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다.
강씨는 “왜 남의 나라 음식을 한식이라고 단체급식으로 소개하는지 기막혔다”며 “비빔밥과 불고기도 있는데 저런 음식을 한식이라고 홍보하려면 <한국인의 식판>이라는 방송 제목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에서 ‘K푸드’라며 직접 요리해 현지인들에게 선보이는 예능 방송이 봇물을 이룬 가운데 제작 후원에 나선 식품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단체급식업체인 CJ프레시웨이는 소비자 비판에 직면한 데 비해, 삼양식품은 한국인의 매운맛을 ‘마초맨’에게 확실히 알렸다는 평을 얻는 모습이다.
CJ프레시웨이가 후원한 JTBC의 <한국인의 식판>은 중식 대가로 알려진 이연복 셰프와 GS그룹 구내식당 영양사가 개그맨들과 함께 해외에서 학교급식 메뉴를 선정하고 직접 조리해 배식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스테인리스 급식판에 놓인 메뉴들이 외국 음식에 가깝고 맛과 조리법도 한식과 다르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유명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연복 셰프와 영양사가 선정한 식판 메뉴들이 최악이다” “마파두부는 중식이고 어묵탕의 원조는 일본이 아닌가” “왜 두부탕수와 마파두부를 내놓고 ‘한국인의 식판’이라고 부르나” “미역국은 영국인들이 혼날 때 먹는 음식이라는데도 영양사가 고집을 부려 제대로 끓이지도 않고 내놨다” “김치볶음밥은 한국 초등생이나 유치원생도 먹기 힘들다”는 등의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한정된 시간에 수백 또는 수천 명분의 학교급식을 제공하는 서비스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을 후원했다”면서 “다만 출연진과 식판 메뉴 구성은 모두 방송사에서 담당하는 만큼 이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tvN의 <장사천재 백사장>은 첫회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외식 전문 경영인이자 요리가인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가 불모지에 한식당을 차린 뒤 사업 성공여부를 보여주는 방식인데 모로코 편이 화근이었다.
극심한 텃세로 불고기 버거를 판매한 지 1시간만에 장사가 중단된 데다, 할랄음식 등 이슬람 관련한 오해나 문화적 차이로 인한 현지인들의 비난과 악플 세례도 받아야 했다. 네티즌들은 “국경과 종교 문제는 예민한데 무슬림 국가에 대한 이해도 없으면서 외국인에게 왜 한식을 알리러 갔나” “태국인 뱀뱀이나 이장우나 손님이 오면 구글 번역기라도 돌려서 기본 인사말이라도 숙지해야지 준비가 하나도 되지 않았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삼양식품이 지원한 tvN의 <서진이네>는 배우 이서진씨가 BTS 뷔 등과 함께 멕시코에서 라면과 떡볶이 등 한국의 분식을 직접 만들어 판매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현지인들은 한국식 매운 양념치킨에 진땀을 흘리면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네티즌들은 한국인의 매운맛이 마초맨들을 사로잡았다는 평을 내렸다.
삼양식품은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서진이네> 방송 이후 온라인 상에 ‘불닭 소스’ 언급량이 이전보다 26%가량 증가했는가 하면 불닭볶음면에 이어 불닭소스 브랜드까지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열풍을 일으킨 불닭 브랜드에 대한 국내외 반응이 뜨겁다”면서 “향후 국가별로 다양한 맞춤형 전략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불닭’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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