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민 빼고 나가라”…박강수 구청장 이번엔 출판센터 파행

양선아 2023. 5. 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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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피입주사협의회는 지난 4일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느닷없이 입주사 요건을 변경하면서 플랫폼피의 파행 운영을 초래한 마포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플랫폼피입주사협의희 제공

지난해 관내에 있는 작은도서관 기능을 바꾸려다 논란을 빚은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이번에는 구가 위탁운영하는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이하 플랫폼피(P))의 파행 운영으로 위탁운영사 및 입주사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1인 출판사 및 소규모 창작자로 구성된 ‘플랫폼피입주사협의회’는 작은도서관 논란에 이어 마포구청장의 최근 행보가 출판문화에 대한 몰이해와 출판계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는 행위로 보고, 이를 규탄하는 연대서명을 받고 지난 8일부터 마포구청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홍대입구역 7번 출구 근처 코-스테이션(CO-STATION) 건물 2~3층에 설치된 ‘플랫폼피’는 홍대입구역 민자역사 개발사업자로 선정된 애경그룹이 서울시·마포구에 기부채납하면서 2020년 7월 문을 열었다. 마포구는 이 센터에 1인 출판사나 작가, 만화가, 디자이너와 같은 소규모 창작자가 작업할 수 있는 20개의 공간과 32개의 공유오피스석, 회의실, 카페, 다목적실, 편집실 등을 마련하고 출판문화를 견인하는 구심점으로 삼기로 했다.

마포구는 센터를 개관하면서 센터 운영을 출판사 보스토크프레스에 맡겼고, 운영사는 심사를 통해 52개의 1기 입주사를 선발해 임대 비용을 싸게 받고 창작자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했다. 1기 입주자 중에는 웹툰 <며느라기>로 사랑받은 작가 수신지의 1인 출판사 귤프레스 등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고, 올 7월이면 1기 입주자들의 3년 계약이 종료된다. 플랫폼피에서는 공간 제공 외에도 창작자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펼쳐져 출판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 공간에서는 지난 2년6개월 동안 출판인을 위한 월례 공개 프로그램이 총 158회, 국제교류 강연이 11회 진행됐다. 또 출판문화심포지엄도 3차례 열었다. 이런 활동 등으로 위탁운영사는 지난해 9월 센터운영위가 실시한 ‘민간위탁 성과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82.5점을 받아 ‘우수’ 평가를 받았다.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플랫폼피)가 자리잡은 코-스테이션의 전경. 서울시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7번 출구 근처에 있는 코-스테이션 건물 2~3층에 마포구가 지원하는 ‘플랫폼피’가 자리잡고 있다. 플랫폼피 제공

개관 직후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지만 여러 활동으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플랫폼피에 잡음이 생긴 것은 지난해 7월 박강수 마포구청장 취임 이후부터다.

위탁운영사와 마포구의 계약이 지난해 12월 만료됐지만, 마포구는 “센터의 성격을 검토 중”이라며 위탁운영사와 재계약을 추진하지 않고 수탁기관을 선정하지도 않았다. 이후 구청은 현 위탁운영사와 3개월 단기계약을 맺었다가 올해 12월까지 계약을 연장하는 등 이례적으로 ‘쪼개기 계약’을 진행했다. 또 마포구는 최근 플랫폼피 한쪽에 출판과 무관한 구청의 청년일자리사업 참가자 15명을 입주시키는가 하면, 느닷없이 운영사에 2기 입주사 선정 요건을 변경하라고 통보했다. 서정임 플랫폼피 팀장은 “2기 입주자들의 2년 계약이 종료되는 올 7월 심사를 통해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데, 최근 입주사 요건에 ‘마포구민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고 말했다. 1기 입주자를 선발할 때 없었던 조건이 붙은 것이다.

서울시 마포구가 운영하는 ‘플랫폼피’에 입주한 창작자들끼리 모여 네트워킹 모임을 열고 있는 모습. 플랫폼피에서는 소규모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벌이고 있다. 플랫폼피 제공

독립출판사 딸세포 김은화 대표는 “보통 지자체에서 기업을 유치하고 육성할 땐 그곳에 끌어오기 위한 다양한 당근책을 제시하는데 출판산업을 견인하겠다면서 마포구 주민 창작자만 센터에 입주시키겠다는 발상이 이해가 안 된다. 이대로라면 플랫폼피의 기능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익 플랫폼피입주사협의회 회장도 “마포구에서 사업자 등록을 하고 납세하고 마포구민을 채용하고 협업하는 영세 출판 자영업자를 마포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센터에서 몰아내려는 이유는 투표권 때문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이번 방침은 서울시가 2010년 지정한 ‘디자인출판 특정개발진흥 지구’ 취지와도 맞지 않는, 매우 배타적이고 일방적인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마포구는 이에 대해 “플랫폼피 운영예산에 국비나 시비 지원 없이 구비 연간 10억원이 들어가는데 정작 마포구민은 28% 정도만 입주해 정책을 바꾼 것”이라며 “구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정책”이라고 했다. 마포구에 주민이면서 센터에 입주할 수 있는 창작자가 얼마나 되는지 물었지만, 마포구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한편 플랫폼피입주사협의희는 오는 13일 서울 마포구 플랫폼피 2층 라운지에서 ‘제1회 플랫폼피 북페어-마포 책소동’ 행사를 개최한다. 플랫폼피를 시민들에게 개방해 플랫폼피의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최근 마포구청의 일방적 행정에 대한 공론화도 모색하려는 취지다. 행사장에서는 입주사가 직접 제작한 다양한 창작물과 함께 사진가의 사진 촬영 이벤트, 아이들을 위한 드로잉 워크숍과 경품 추첨 이벤트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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