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갤러리서 범죄 계속되는데 '표현의 자유'?...“청소년 상담 사이트 만들어야”

남보라 2023. 5. 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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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표현의 자유' 법률 검토하는 사이
우울증갤러리서 만난 10대 2명 투신 시도
"국무총리가 '제대로 하라' 한 마디 해야"
청소년에게 필요한 건 익명 상담 사이트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10대 한 명의 자살과 2명의 자살 시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지목된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우울갤)가 여전히 아무 제재도 없이 운영되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이 "생명 보호보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냐"고 비판했다. 또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상담 채널은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별도의 익명 사이트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표현의 자유만이 가장 큰 가치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우울증갤러리라는 것은 명백하게 대한민국 미성년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며 “(정부는) '표현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그걸 제한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도대체 표현의 자유라는 게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하냐”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한 10대가 우울갤에 올라 온 '동반 자살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서울 강남의 한 고층빌딩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이브 방송을 켠 채 투신하면서 우울갤 문제가 처음 드러났다. 일부 성인 남성 이용자들이 정서적으로 취약한 미성년자를 위로해주는 척 꾀어 내 성착취, 약물투약, 자살 방조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른다는 의혹이었다.

이에 경찰은 디시인사이드 측에 우울갤 폐쇄를 요청했으나 "게시물 저작권이 이용자에게 있고, 폐쇄 후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거부했다. 경찰은 지난달 1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도 우울갤 접속 차단을 요청했지만 방심위는 법률 검토를 이유로 이를 보류했다. 그 사이 지난 5일 우울갤에서 만난 10대 2명이 서울 한강다리에서 자살을 시도했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방심위는 법률적 표현의 자유와 연관된 다양한 법률조항이 있을 수 있으니까 심의를 하겠다, 이렇게 얘기했다”며 “그 심의하는 기간 중, 어른들이 심의하는 행정적인 절차의 지연 중 아이들은 지금 투신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게(표현의 자유) 지금 누구를 위한 법률이냐”며 “사회의 이익을 보호해야 되는 게 법인데 생명의 위협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법제가 구성돼 있으면 이건 정말 문제”라고 지적했다.

디시인사이드가 폐쇄를 거부한 데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포털은 왜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게 하고, 밑도 끝도 없이 게시판에 올린 글은 표현의 자유라는 그 익명성 뒤에 숨어서 이렇게 아이들을 죽게 내버려둔다"며 " 이제 마약까지 쉽게 거래되는 시대를 만들어놓고 여전히 표현의 자유만이 이익의 가장 큰 가치인 양 해도 되는거냐"고 되물었다.


"자살 강요 ... 지옥과 같은 게시판"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로 인터뷰하고 있다. CBS 유튜브 캡처

전문가들은 자살을 적극 조장하는데다 관련 영상까지 남기도록 하는 우울갤을 "매우 악랄하고 악질적"(승재현 연구위원)이며 "상상하기 어려운 지옥과 같은 게시판"(이수정 교수)이라고 표현했다. 이 교수는 "게시판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다 죽으라는 걸 강요한다"며 "그건 간접적인 살인과 진배없고, 죽을 것을 예고하면 도와줘야 되는 상황인 걸 뻔히 알면서도 내팽개쳐놓고 영상을 소비하면서 결국 죽기에 이르게 만든다"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영상을 남기게 만들어 그 영상을 소비한다고 한다. 승 연구위원은 "자기 목숨이 버려지는 그 상황이 다른 사람에게 중계될 수밖에 없도록 조작을 했던 사람들이, 뒷조직이 있다"며 "자살을 촬영시켰다는 것은 그걸 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비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디스코드(온라인게임 채팅앱)에 보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얼굴, 사진이 2차적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무총리가 '제대로 일해라' 말해야"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지방 안전상황점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살예방법 상 정부가 운영하는 자살예방위원회의 주재자가 국무총리인 만큼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승 연구위원은 "국무총리가 방통위원장에게 '제대로 좀 일해라. 이걸 이렇게 내버려 두면 되냐', 경찰에도 '좀 제대로 해라'(한 마디 했으면 싶다)"며 "총리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이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관계부처장들도 청소년이 우울증갤러리 속에서 덧없이 유명을 달리하는 상황을 그냥 내버려 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포털의 사회적 책임 관련) 법이 없다면 만들어야 되는 거고, 그런 것(유해 게시물)들을 모두 표현의 자유로 휘감아서 방통위에서 심의할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경찰은 들어가서 함정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 청소년 익명 상담 사이트 만들어야"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지난달 20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인터뷰하고 있다. CBS 유튜브 캡처

무엇보다 청소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상담 창구를 정부가 만들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본인이 우울한 기분을 느끼면 10대들은 특히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한다"며 "그런데 그들의 니즈(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대부분 오프라인 장소이고 공식적인 채널은 기성세대 기준으로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기관에서 로그인 안 하고 들어가서 상담할 수 있게 공개게시판으로 쉽게 아이들이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승 연구위원도 "청소년들이 자기의 답답함을 소통할 수 있는 사이트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국가가 상담하는 사람을 적극 포함시켜 익명성을 가지는 사이트를 만들어서 청소년들이 같이 이야기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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