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업] "응, 너 틀렸어. 그게 당연해"…실패의 바다를 표류하다
“제가 틀리면 즐거워요, 동료들이 맞았다는 뜻이니까"
편집자주
'현대인의 일'을 탐구하는 콘텐츠 실험실 커리업이 시즌2를 시작합니다. 시즌2에서 커리업은 지난해 연재한 '일잼원정대'를 잇는 새로운 인터뷰 시리즈 '맨땅브레이커'를 내놓습니다. 자신만의 궤도를 맨땅에 헤딩하며 개척한 퍼스트 펭귄의 커리어 이야기를 다룹니다.
맨땅브레이커 1화 남세동 상편은 ‘인간 남세동의 커리어 여정’을 따라가 봤습니다. 이어지는 ‘하편은 마침내 그가 당도한 항해선, ‘보이저엑스’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회사는 사람을 키우는 곳’이라는 남세동의 철학이 그대로 투영된 이곳은, 스타트업계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남다른 조직 문화를 자랑하는데요. ‘틀려도 괜찮아’가 아니라 ‘틀리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실패의 바다를 표류하며 답을 찾습니다. 보이저엑스가 일하는 법 3가지를 소개합니다.
보이저엑스의 아이디어는 #사용자 #팀워크 #성장이라는 3가지 가치를 충족해야 합니다. 훌륭한 코드를 짜겠다는 개발자는 많지만 사용자에게 사랑받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개발자는 많지 않죠. 어떤 일이든 ‘자기만족’의 폐쇄성을 넘어야 한다는 게 세동씨의 지론. 그래서 보이저엑스의 제1가치는 다름 아닌 '사용자’입니다.
위대한 일은 절대 혼자 할 수 없어요.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에겐 기획자와 디자이너, 마케터가 필요하고요. 음식을 만드는 셰프에겐 수많은 보조 요리사와, 홀 매니저, 잘 훈련된 서버들이 필요합니다. 같은 목표를 위해 서로 다른 일을 하는 동료를 건강한 마음으로 존중하다 보면, 어느새 달랐던 템포가 맞춰지고, 더 멋진 일을 해내게 됩니다. 그렇게 어느새 모두 훌쩍 성장하게 마련이죠. 보이저엑스가 ‘팀워크’와 ‘성장’ 가치를 최우선에 둔 이유입니다.
#사용자 #팀워크 #성장, 이 세 가지의 가치를 사수하기 위해 보이저엑스는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었을까요? ‘제품만큼 사람 역시 좋은 일터’를 위한 그들만의 문화 3가지를 분석해 볼게요.
Chapter4. 틀리는 게 디폴트, 맞는 게 아웃라이어
보이저엑스의 가치1. 사용자 우선주의
사용자란 무엇인가. 뜻 그대로 ‘쓰는 사람'이다. 작가의 사용자는 독자, 영화감독은 관객이다. 자영업자의 사용자는 손님이고, 서비스면 고객이다. 남세동은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어느 업계를 가도, ‘사용자’를 생각하며 일하는 이들은 드물다고. 음식 장사를 예로 들어보자. 요식업자 백종원씨가 멘토로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본인이 먹고 싶은 음식을 본인 입맛대로 만들어 파는 식당 주인들 천지다. 백종원씨는 반복해 지적한다. “본인 입맛이 아니라, 손님 입맛을 생각해야 하는 거예요. 그래야 장사가 되죠.” 이 조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장은 손에 꼽는다. “내가 먹으면 맛있는데요?”가 그 이유. 충고는 이미 소용이 없다.
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당연한 사실만 알아도, 당신이 하는 일의 결괏값은 현저히 좋아진다. 대부분은 사용자가 아니라, 상사나 조직을 위해 일한다. 사용자를 아예 모르기도 한다. 사용자를 만나본 적이 없으니까. 머릿속에 가상으로 존재할 뿐이다.
내가 만든 상품이나 서비스를 누가 어디서 왜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채로 일한다는 건,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나누는 대화, 즉 독백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기에 사용자를 만족시킬 생각이 애당초 없다.
남세동은 힘주어 말한다. ‘사용자를 알고 나면 일의 재미가 달라진다’고. 거의 100%의 확률로 독백보단 대화가 재미있는 법이다. 사용자를 알고 하는 일은 자기 안이 아닌 바깥을 향한다. 나를 넘어 뻗어나갈 수 있다는 게 묘미다. 남세동은 아직도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만나면, 이 질문부터 한다. “어플리케이션 첫 화면에, 본인 전화번호 써 놨어요? 그거부터 할 수 있어요?” 한마디로 사용자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됐냐는 뜻이다.
B612 제작 비하인드 - ‘셀카 문화 향유 집단’ 연구… 사용자를 알아야 서비스가 보인다
셀카 어플리케이션B612를 기획할 당시, 세동씨의 팀원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여고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분당 퍼스트타워 백화점 앞에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리서처들이 지나가는 10~20대 여성들을 무작위로 섭외했죠. 그리고 이들의 ‘셀카 사용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B612의 프로토타입을 제공하고, 사용 습관과 선호 기능을 관찰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개발 인력은 전원이 남자였고, 팀 리더였던 세동씨는 평생 셀카 한 장을 자기 손으로 찍어본 적 없던 사람이었죠. 전 세계적으로 한창 대세였던 ‘셀카’ 행위에 내포된 문화적 코드(code)는 다양했습니다. 자기표현 수단이자 일종의 놀이문화, 커뮤니티 활동이자 사적 관계망을 시각화하는 수단이기도 했죠. 그 동기와 패턴을 알려면, 일단 셀카를 많이 찍는 ‘사용자’를 제대로 알아야 했던 거죠.
“여고생들에게 물어봤어요. ‘필터를 먹이면 피부는 밝아져도 코가 사라지잖아, 그래도 괜찮아요?’ 하나같이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코요? 그건 아무도 신경 안 써요. 코가 사라지든 말든 피부색이 밝아지는 게 훨씬 중요하니까.’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싶었죠. 코가 안 보이면 외계인이 되는데! 저 같은 삼십대 아저씨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인 거죠. B612는 글로벌 시장 타깃이었으니까, 외국인 여성들에게도 사용자 테스트를 해봤는데, 이분들한테 가장 중요한 건 ‘금발’이었어요. 어떤 색감의 필터를 먹여도 금발은 꼭 금발로 보여야 하는 거죠. 이들에게 금발은 곧 정체성 그 자체니까.”
말하자면 ‘셀카 문화 향유 집단’을 인류학적으로 탐구한 결과죠. 사용자 테스트를 통해 세필화처럼 섬세한 차원으로 모은 디테일들이, 전 세계 5억 명의 셀피(Selfie) 유저들을 열광시킨 서비스로 탄생한 거고요. ‘전지적 사용자 시점’이 되는 것에 진심인 세동씨는 보이저엑스를 창업할 때부터, 오직 사용자만은 연구하는 팀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약 8명의 팀원이 매주 40명 이상의 사용자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죠. 브루(영상 편집 앱), 브이플랫(모바일 스캐너 앱)의 오픈 메신저방에 속해 있는 유저들은 각각 700여 명, 400여 명에 달할 정도입니다. 유저이자 열성팬인 이들이 쉬지 않고 피드백을 쏟아내죠.
더 잘 틀리기 위해 하는 ‘반성 프로세스’, 우리는 매일 무당을 뽑는다
보이저엑스엔 ‘사용자’를 섬기기 위한 일종의 제의 의식이 있습니다. 이른바 ‘반성 프로세스’. 선조들이 하늘의 뜻을 점치기 위해 제사장을 뽑았듯, 이 의식 역시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 모두가 ‘예언자’가 되는 과정입니다. 직원들은 이 프로세스에 ‘무당 뽑기’,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
기사의 뒷 내용을 커리업의 전용 뷰페이지에서 이어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남세동 下편 - 정답 없는 세상에서 실패의 바다를 표류하다
https://careerup.hankookilbo.com/v/2023051101/
☞ 남세동 上편 - 깨져야 열리지, 새로운 세계가
https://careerup.hankookilbo.com/v/2023051001/
커리업 시즌2, '맨땅브레이커'
'커리업'이 한국일보의 디지털 프로덕트 실험 조직인 'H랩(Lab)'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탐사선 H랩은 기존 뉴스 미디어의 한계선 너머의 새로운 기술과 독자, 무엇보다 새로운 성장 가능성과 만나려 합니다. 첫 번째 시도로 자기만의 커리어를 개척한 개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맨땅브레이커'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저마다의 커리어의 정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른 기사와 차별화되는 밀도 높은 시선으로 담아냅니다. 360도로 생생하게 담아낸 커리어 현장부터 독자들이 직접 고화질 사진을 확대, 축소해 보며 사진 속 숨은 요소를 둘러보는 재미를 제공합니다. 커리업이 제공하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아래의 URL에서 만나보세요.
남세동 上편 - 깨져야 열리지 새로운 세계가
https://careerup.hankookilbo.com/v/2023051001/
남세동 下편 - 정답 없는 세상에서 실패의 바다를 표류하다
https://careerup.hankookilbo.com/v/2023051101/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김유진 기자 zoeyful@hankookilbo.com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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