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시민운동가 "남해안에 방사성 물질 유입되면 못 빠져나가"
'방류 대신 콘크리트 제조에 오염수 활용 검토' 제안도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오는 7월 이후 방류가 예정된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내 방사성 오염수에 대한 생태계 영향 평가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울러 일본 내 건설 등에 사용할 콘크리트 제조에 방사성 오염수를 사용하는 방안 등 방류 외 대안도 면밀히 검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무엇이 문제인가' 국제 전문가 토론회에서 아르준 마크히자니 PIF(Pacific Islands Forum·태평양도서국포럼) 과학자 자문위원 등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해 연구·조사를 벌인 바 있는 아르준 위원은 "일본은 오염수 탱크에 무엇이 어떻게 존재하고 있고, 어떤 처리 방법이 효과적인지 충분히 살피지 않았다. 방류 계획에 심각한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전수에서 '텔루륨-127'이 지난 2019년 조사에서 검출된 것도 지적했다. 텔루륨-127은 방사선 물질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인 '반감기'가 9시간40분에 불과한 데 원전 사고 이후 약 10년 뒤에도 고농도로 검출됐다.
아르준 위원은 "오염수를 계속 보관한 상태로 반감기가 짧은 방사성 핵종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콘크리트 제조에 오염수를 활용하는 게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중수소 등은 접촉이 아닌 섭취를 통해 피폭을 일으키기 때문에 콘크리트에 오염수를 가두는 것은 사람과 접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자국민에게도 안전하다는 것이다.
아르준 위원은 다만 "도쿄전력이 이러한 방식도 고려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이 권고한 대안을 분석하는 데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일본 측의 미온적 태도를 꼬집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 전문위원은 "도쿄전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진행한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는 국제해양법이 요구하는 구체적 사항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염수 방류가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류 전 방사성 영향 평가는 해양 생태계와 생물에 미치는 영향 검증을 하지 않는 등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이 국제법에서 요구하는 '포괄적 환경 영향 평가'(EIA)가 아니라는 이유다.
숀 위원은 "국경을 초월하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독립적 사전 조사와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원전 오염수 방류 중단 시민운동을 벌이고 있는 반 히데유키 일본원자력정보자료실 대표는 "일본 정부는 지난 2011년 12월 원전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했고, 이를 기반으로 방출 계획을 추진 해왔다"며 "일본인으로서 일본정부 계획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대표는 최근 학술 발표를 위해 방문했던 전남 여수의 구불구불한 해안을 예로 들며 "여수 바닷가 등 한국의 남해안 같은 리아스식 해안에 방사성 물질이 유입될 경우 쉽게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오염수를 순환 냉각하거나 고체화해서 보관하는 등 방안을 일본 정부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당장의 방류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토론회에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약속한 후쿠시마 시찰은 원전 오염수 방류를 한국 정부가 정당화하는 행위로 보일 수 있다"며 "원전 오염수에 물(해수)을 탄다고 오염수가 아닌 게 아니다"고 말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도 "일본에서 시찰이 아닌 '견학'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무의미한 요식행위로 일본 방류에 면죄부를 주는 전지구적 범죄"라고 강도를 높였다.
강은미 정의당 후쿠시마오염수무단투기TF 단장은 "주요 방사능 물질의 반감기가 지날 때까지 일본 본토에 보관할 수 있는데, 가장 저렴한 방법인 방류를 선택한 것은 오직 일본 국민을 위한 것일 뿐"이고 지적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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