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아플 때 바로바로 진료 받을 수 있기를~
4월의 어느 월요일 오후 4시, 어린이집 근처의 소아청소년과에 갔습니다. 대기공간이 아이와 보호자로 빼곡 찼습니다. 대기인원 20여 명, 1시간 30분 넘게 기다린 후 진료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접수할 때 물어보니 이 시간은 항상 사람이 많다고 하더군요. 오후 6시까지 진료하는데 접수가 그 전에 마감되어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여럿이었습니다. 일요일에 진료하지 않는 영향도 있겠지요.
요즘 소아과에 가보면 아이들이 많습니다. 기침과 콧물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을 여럿 볼 수 있습니다. ‘소아과 오픈런’이란 단어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데요. 소아과가 열기 전에 줄을 서는 거죠. 일부 소아청소년과에서 ‘똑닥’이라는 소아과 예약 어플을 쓰기도 하는데, 아직 현장 접수가 대부분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꼭 필요한 곳이 소아청소년과(소청과)입니다. 아이가 아플 때 가서 진료를 받고요. 예방접종은 물론이고 영유아검진을 통해 아이의 성장 발달을 직접 보고 평가해줍니다. 개인적으로 첫 아이의 영유아검진에서 의사선생님께 들었던 이야기가 육아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마음을 애타게 하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3월 말 열렸던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저출산, 낮은 수가 등 소아 의료 인프라가 무너진 상황에서 지금 상태로는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면 유연석이 연기한 소아외과 의사 ‘안정원’이 나옵니다. 많은 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따스한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소아외과에 교수와 전공의가 거의 없어 안정원이 빠지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상황이 나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전국 소청과 병·의원은 3247곳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개·폐업 현황을 보면 지난 5년간 소청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고, 662곳이 폐업했습니다. 폐업한 곳이 더 많습니다. 2023년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레지던트) 모집률을 보면 소청과는 정원 207명에 33명(15.9%)만 지원했고 올해 대학병원 50곳 중 38곳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향후 소아 진료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정부에서도 올해 2월, 소아를 대상으로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아 진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중증·응급 상황에서도 소아 진료가 차질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를 현재 10개소에서 단계적으로 4개소를 추가 지정하고, 상급종합병원 등에 대한 소아 전문의 배치 기준 강화 및 소아 진료 보상 확대 등을 통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안정적인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아울러 최근에는 인하대학교의과대학부속병원(인천), 세종충남대학교병원(세종) 2개 의료기관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추가 지정되면서 총 10개소로 늘어났습니다. 2024년까지 미설치 지역 위주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2개소를 추가 지정하여 12개소까지 확충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아이는 시간을 정해서 아프지 않기 때문에 가까이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있으면 참 든든할 것 같습니다.
또한 야간·휴일에도 소아 외래진료가 가능한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지원을 개선해 더 많은 의료기관들이 달빛어린병원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고 하네요. 달빛어린이병원 목록은 웹사이트(https://www.e-gen.or.kr/moonlight)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지금도 많은 곳에서 의사들이 소아청소년 환자를 맞아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아이를 치료하며 얻는 보람과 기쁨을 느끼면서 미래의 희망을 키워내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걸 숫자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요. 저출산에 경제적인 요소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 요즘 핫한 챗GPT와 문답을 나눠봤습니다. 결과를 요약해 보면 아이를 낳았을 때 억소리 나는 지원금을 줘도 출산율을 높이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하더군요. 답답한 마음에 5살인 아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많이 낳을까?” 아이가 답했습니다. “안아주면 돼. 안아주면 기분 좋잖아. 나도야.”
떠올려보니 우리 사회에서 ‘포옹’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포옹은 사람끼리 껴안는 건데요. 미국 존스홉킨대 소아정신과 지나영 교수의 책 ‘본질육아’에 ‘20초 허그요법’이 나와 있는데요. 말 그대로 20초 동안 아이를 안아주면서 사랑을 표현해주는 겁니다. 사랑과 인정의 메시지를 보내주면서요. 우리 곁의 소중한 사람을 안아주세요. 더 많이 안아주는 사회, 더 많은 아이가 태어나는 사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한지혜 soulofaq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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