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분기기준 경상수지 적자…한은, 연간 전망치 낮춘다
한국 경제 건전성 지표인 경상수지가 올해 1분기 44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 11년 만의 적자다. 수출 부진에 따라 상품수지 적자가 6개월째 이어졌고 약점인 서비스수지도 11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영향이다.
그나마 3월 경상수지가 배당수입 덕분에 '턱걸이 흑자'를 낸 게 위안거리다.
연간 260억달러 경상수지 흑자를 전망했던 한국은행은 전망치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상수지 흐름이 현재까지는 한은 예상대로 흘러왔지만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경기 반등 시점과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등 불확실성 요인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월(-41억1000만달러)과 2월(-5억2000만달러) 적자를 만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3월 턱걸이 흑자에도 올해 들어 쌓인 적자 규모가 44억6000만달러다. 분기 기준 경상수지가 적자를 낸 건 11년 만이다.
3월 경상수지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불안요인이 적잖다. 상품수지·서비스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배당소득에 기댄 흑자이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한파에 3월 상품수지는 11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66억9000만달러 감소한 수준이다. 승용차 수출이 1년 전보다 65.6% 늘었지만 반도체(-33.8%0, 화공품(-17.3%) 등 주요 품목 수출이 부진한 결과다.
한국 경제의 고질병으로 지목되는 서비스수지 적자도 이어졌다. 지난 3월 서비스수지는 19억달러 적자를 냈다. 전년 동월(1억7000만달러 흑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여행수지 적자가 1년 새 2억9000만달러 늘었다.
그나마 배당소득수지가 36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경상수지 적자를 면했다. 올해 1월부터 해외에서 발생한 이익을 국내로 송금할 때 법인세 혜택을 주는 익금불산입제도가 시행된 덕분에 배당소득수지 흑자폭이 전년 동월대비 28억6000만달러 확대된 영향이다.
한은은 4월 경상수지도 균형 수준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4월 집중된 국내 기업들의 해외 배당 송금으로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가 다소 줄 순 있지만 상품·서비스 수지 적자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4월 통관기준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3월에 비해 20억달러 감소했고 서비스수지도 여행수지를 중심으로 적자폭이 축소되고 있다"며 "본원소득수지가 예년 4월 30억달러 정도 적자를 내긴 했지만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제도' 도입 영향으로 국내기업이 해외법인으로부터 배당수입을 (예년보다) 더 들여올 수 있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4월 경상수지는 균형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한은이 내부적으로 전망한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44억달러 수준이다. 1분기 적자 규모(-44억6000만달러)가 이를 초과하긴 했지만 2분기부터 경상수지가 완만한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실제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 수준은 기존 전망치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장기화와 반도체 등 IT 경기 반등 시점, 중국 리오프닝 효과 등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신 국장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당시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며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고 IT 경기 회복 시점,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지난 2월 전망 때와 달라진 부분이 있어 오는 25일 수정경제전망 발표 때 경상수지 전망치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초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지난 2월 전망(275억달러)보다 115억달러 낮은 160억달러로 수정한 것이다.
KDI는 이날 펴낸 '최근 반도체경기 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반도체 경기가 저점에 근접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컴퓨터와 모바일기기의 교체 주기를 고려하면 올해 2~3분기 중 반도체 경기가 저점에 근접할 것이란 설명이다.
기대만 못한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하반기 경상수지 흐름을 좌우할 주요 지표다. 신 국장은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당장 안 나타나고 지연될 것이란 이야기가 많고 실제 중국 단체관광이 아직 허용되지 않아 입국자가 주로 동남아와 일본에서 많이 늘고 있다"며 "여행수지를 비롯한 서비스수지에 도움이 되려면 중국 단체관광에 대한 제재가 풀려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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