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해 2~3분기 반도체 경기 저점 근접…산업·통상·외교적 리더십 필요”

“메모리 부문 비중 높아 경기 변동에 취약”

컴퓨터 등의 교체 주기와 재고 변동 현황 등을 감안하면 올해 2~3분기 중 반도체 경기가 저점에 근접할 것이라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석했다. KDI는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 산업의 위축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내수에 타격을 줘 올해와 내년 세수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산업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만큼 산업·통상·외교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제기됐다.

KDI는 10일 이런 내용의 ‘최근 반도체 경기 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가격 변동성이 큰 메모리 부문의 비중이 높아 반도체 경기 변동에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 반도체 수출 중 메모리 비중은 63.8%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메모리 비중(30.5%)보다 2배 이상 높다. 메모리반도체는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으로 가격 변동이 크지만, 다품종 주문생산 중심인 시스템반도체는 계약부터 인도 기간까지 기간이 길고 가격이 크게 변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시스템반도체는 전년 동기 대비 11.1% 감소한 반면 메모리반도체는 56.3% 줄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하는 등 수출 변동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KDI는 이처럼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올해 2~3분기 중 경기가 저점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가 반도체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데 교체 주기가 각각 4~5년, 2~3년인 점을 감안하면 2~3분기 중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KDI는 “컴퓨터 수요는 2015년과 2019년 저점을 형성한바, 2023년 초중반에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으며 모바일 기기 수요도 2020년 3분기 이후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2023년 2~3분기에 저점을 형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통상 반도체 재고가 정점에 이른 뒤 3~6개월 이후 반도체 생산이 저점을 형성하는데 3월 반도체 재고가 2월 대비 감소한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KDI는 반도체 수출물량이 10%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이 0.78%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지만 취업유발계수가 10억원당 2.1명으로 전산업(10.1명) 대비 작아 반도체 경기하락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KDI는 하지만 반도체 경기 부진이 소득 경로를 통해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며 올해와 내년 세수여건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최근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한 다변화는 경기 안정의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첨예해지며 반도체산업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어 산업·통상·외교적 리더십을 발휘해 관련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