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마지막인데…한자리 '정치요금' 인상에 불안한 한전

세종=김훈남 기자 2023. 5. 1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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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이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한국전력의 적자가 심각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 국민 여론 등 부담을 고려해 kWh 당 10원 미만의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8일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 건물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2023.5.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와 여당의 전기요금 인상 시기가 임박했지만 한국전력공사 안팎에선 안도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전기요금은 사실상 올해 마지막 요금인상이 될 가능성이 큰데 누적적자 해소에는 부족한 인상폭 탓이다. 국민의힘이 전기요금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주요 자산매각 역시 알려진 것과 달리 '제값'을 받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 더 필요한데…2분기 전기요금 7원 인상카드 만지작

10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국민의힘 등 당정은 한전이 제출한 추가 자구안을 놓고 막판 조율을 진행 중이다. 당정이 한전의 자구안을 받아들이면 대통령실에 보고하면 전기요금 인상폭과 적용시기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한전 이사회와 전기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전기요금 인상이 확정된다.

당정 안팎에서 거론되는 전기요금 인상폭은 ㎾h(킬로와트시)당 7원이 유력하다. 한전이나 산업부가 요구했던 두자릿수 인상에 못미치는 금액이다. 기재부가 물가관리를 이유로 공공요금 인상에 소극적인 데다 전기요금 인상의 키를 쥐고 있는 여당 역시 가계 부담 증가를 꺼리는 탓이다. 특히 올해 1월 '난방비 폭탄'으로 홍역을 치렀던 터라 여름철 '냉방비 폭탄'을 재연하고 싶지 않다는 기류도 강하다.

한전으로선 난감한 대목이다. 본격적인 더위가 오기 전인 상반기 요금을 큰 폭으로 올려 여름철 수요 감소를 유도한다는 구상은 애초에 물건너간 데다 2분기 전기요금 결정마저 한달반 가까이 지연됐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현재의 요금구조가 유지되고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른 비싼 생산단가에도 전기를 많이 사용할수록 적자도 쌓이는 상황인데 인상폭, 인상시기 모두 한전의 재무상태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나마 연초 ㎾h당 250원대를 찍었던 SMP(계통한계가격·한전이 자회사와 민간에서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가 160원대로 내려왔고 당정이 이번 전기요금 확정 즉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게 한전으로선 위안거리다.

전기요금 인상과정에 참여 중인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 결정이 지연되는 만큼 한전의 누적적자가 쌓여간다는 얘기"라며 "결정이 늦어진 만큼 이번 주중에는 전기요금 결정이 마무리돼야한다"고 말했다.

정치요금으로 변질된 전기요금…이번이 올해 마지막 인상 유력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4.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자릿수 전기요금 인상이 뼈아픈 것은 사실상 올해 마지막 요금인상이 될 것이란 관측 탓이다. 이미 1월 난방비 대란을 겪은 정부여당으로선 본격적인 여름철인 3분기 요금 인상을 시도하기 쉽지 않다. 난방비인 가스요금과 달리 전기요금은 사용 구간에 따라 가중 요금이 붙는 누진제를 적용하는 탓에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가계부담이 대폭 늘어날 우려가 크다.

4분기에는 여당이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준비에 돌입한다. 이미 전기요금 결정 주도권이 정부에서 여당으로 넘어간, 바꿔말해 '전기요금'이 '정치요금'이 된 상황에서 정치권이 전기요금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적다는 게 에너지 업계의 관측이다. 한전이 지난해 국회에 낸 경영정상화 방안에서 올해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선 ㎾h당 52원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던 점을 고려하면 30원가량 요금 인상없이 누적적자를 해소해야하는 상황이다.

한전과 당정이 검토 중인 자산매각도 기대효과에 못 미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당정은 한전이 낸 20조원+α(알파) 규모 자구책에 더해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와 여의도 남서울본부의 분할매각을 검토 중이다. 각각 강남과 여의도 '금싸라기' 입지에 있 만큼 돈되는 자산을 매각해 재무개선에 쓰라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 거론 중인 '알짜' 부동산 모두 변전설비 등이 위치해 매각이 쉽지 않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일대 전력공급을 유지하면서도 자산을 매각해야하는 특수성 탓에 통매각이 아닌 분할매각을 검토하는 것인데 주변 시세대로 매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송전설비는 결국 부동산 가격할인 요인이 되는 만큼 헐값매각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아트센터에 수영장이나 공연 시설을 설치한 이유는 혐오시설인 변전소를 도심에 운영한 탓에 주민 친화시설을 함께 만든 것"이라며 "여론에서 말하는 만큼 높은 가격에 분할 매각이 가능할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 자회사 사장단이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비상위기대응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비롯한 6개 발전 자회사 사장단은 이날 회의에서 자산 매각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한전은 유가 급등에 따른 연료비 인상으로 올 1분기 7조6000억원이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2022.5.18/뉴스1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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