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SK→2022 NC→2023 KT→2년 전 챔피언들의 급추락, 불운인가 과학인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불운인가 과학인가. 단순히 우연이라고 보기엔 소름 돋는다.
2010년대 초반은 삼성, 2010년대 후반은 두산이었다. KBO리그 왕조를 의미한다. 삼성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페넌트레이스 5연패를 달성했다. 2014년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통합 4연패. 두산은 삼성처럼 통합 2~3연패 이상 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삼성도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갔을 뿐이다.
이 정도를 해낸 팀들이라면, 후유증을 겪는 건 필수다. FA 계약자 증가에 따라 선수단 순환이 덜 되면서 주축들이 나이를 먹는 현상, 주요 투수들에 대한 과부하 등은 매우 자연스럽다. 삼성은 2010년대 후반에 암흑기가 있었고, 두산도 2022시즌에 하위권으로 처지며 사령탑을 교체했다.
그런데 두산이 마지막 통합우승을 차지한 2019년 이후, KBO리그에 왕조 구단이 탄생하지 않는다. 매년 챔피언이 바뀌는 건 치열한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 그런데 최고점을 찍은 팀이 ‘지속 가능한 강팀’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하고 너무 빨리 하위권으로 추락해 버린다.
실제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SK는 2019년 역대급 용두사미를 기록한 뒤 2020년 9위에 머물렀다. 2020년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한 NC는 2021~2022년에 곧바로 중~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2021년 창단 첫 통합우승한 KT도 작년에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하더니 올 시즌에는 9위로 처졌다.
2년이라는 텀을 두고 일어난 희한한 일이다. 불운, 부상, 미흡한 준비 등이 혼재됐다. 2020년 SK와 2023년 KT는 부상자가 너무 많다. 다만, SK의 경우 2019년 역대급 2위 추락과 플레이오프 광탈은 타격에 대한 오랜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KT도 부상자가 너무 많아 전력을 극대화하기 어렵지만, 최근에는 해줘야 할 선수들도 잘 안 풀리고, 공수주에서 안 해야 할 실수도 나온다. 9일 수원 NC전 4-16 대패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강철 감독이 WBC 지휘봉을 잡으면서 스프링캠프를 밀도 높게 지휘하지 못한 것도 영향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
NC의 경우 기본적으로 코로나19 술판파동 여파가 컸다. 누구의 핑계도 댈 수 없는 사태였다. 작년에는 개막전서 윌머 폰트(당시 SSG)에게 9이닝 동안 퍼펙트를 당하며 첫 단추를 잘못 꿴 뒤 팀이 희한하게 흘러갔다는 구단 안팎의 시선이 있다. 물론 부상자도 적지 않았고, 우승 후 좀 더 디테일한 준비를 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2010년대 삼성, 두산 왕조는 당시 기준 준 국가대표 멤버들이었다. 그러나 2018년 SK, 2020년 NC, 2021년 KT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고, 실제로 준비를 안 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미흡했다. NC와 KT의 경우 창단 후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프런트가 우승 이후 방향성 설정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SSG의 경우, 2020년 악몽을 딛고 2022년 통합우승으로 다시 우뚝 섰다. 올 시즌에도 우려는 있었지만, 매우 잘 나간다. 비 FA 다년계약이란 제도도 잘 활용했고, 팀 페이롤이 상당히 높은 가운데 젊은 선수들 육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주축들의 평균연령이 높아 어느 시점에 팀이 확 떨어질 리스크는 있다. 그러나 급추락을 막기 위한 준비도 조금씩 엿보이는 게 사실이다. 최지훈, 박성한 등 허리가 될 선수들의 경험, 송영진, 이로운 등 젊은 피들의 발견이 대표적이다.
[KT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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