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대홍수 이어 정국 혼란까지…'총체적 난국' 파키스탄

김영현 2023. 5. 1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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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전 총리 체포 후 전국 소요 혼돈…경제상황 더 악화 우려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시위를 벌이는 임란 칸 전 총리 지지자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구 2억3천만명의 세계 5위 인구 대국 파키스탄이 초대형 악재와 잇따라 맞닥뜨리며 총체적 난국의 위기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심각한 경제난 속에 지난해 대홍수가 덮친 데 이어 최근에는 정국마저 큰 혼돈에 직면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지난 9일 임란 칸 전 총리가 부패 혐의로 전격 체포된 후 곳곳에서 유혈 사태가 빚어지는 등 전국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칸 전 총리 지지자들은 카라치, 퀘타, 라호르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경찰차를 불태우고 군 관련 시설을 공격하는 등 격렬하게 시위를 벌였다.

당국은 군경을 동원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4명 이상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칸 전 총리 측은 주장했다.

당국은 전국 주요 지역의 인터넷과 모바일 데이터망도 차단했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와 펀자브주 등에는 집회 금지령도 내렸다.

하지만 칸 전 총리 측은 10일 이후에도 이슬라마바드 등에서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라 소요 사태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파키스탄에서는 오는 10월 총선까지 예정된 상태라 칸 전 총리가 이끄는 야당 파키스탄정의운동(PTI) 등은 대정부 투쟁 수위를 더욱 높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의 정국 혼란은 지난해 4월 칸 전 총리가 의회 불신임으로 총리직에서 쫓겨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칸 전 총리는 미국 등 외국 세력의 음모로 총리직에서 밀려났다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을 이끌고 시위를 벌여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유세 도중 총격으로 다리를 다치자 현 정부와 군부가 암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당국이 이번에 그를 체포하자 파키스탄 정국은 이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이런 파키스탄 정국 상황은 안 그래도 무너져가던 국가 사회·경제 질서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파키스탄은 중국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인한 대외 부채 문제에 시달리다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이어지면서 경제가 수렁에 빠졌다.

국가 주력인 의류 산업 등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경제난 여파로 민생고도 심해졌다.

지난 3월에는 카라치의 구호품 배급소에 인파가 쇄도하면서 12명이 깔려 숨졌다. 곳곳에서는 생필품 부족과 단전도 계속되는 상황이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6.4%로 치솟아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기준 외환보유고는 43억 달러(약 5조6천9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약 한 달 치 수입액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이런 와중에 파키스탄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 협상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파키스탄은 2019년 IMF와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했지만, 구조조정 등 정책 이견으로 인해 전체 지원금 65억 달러(약 8조6천100억원) 가운데 일부만 받은 상태다.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11억8천만 달러(약 1조5천600억원)의 지급도 보류됐다.

파키스탄 경제는 특히 지난해 대홍수를 겪으면서 더욱 추락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작년 6∼9월 최악의 몬순 우기 폭우가 발생,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엄청난 물난리가 닥치면서 약 1천700명이 숨졌고, 3천300만 명이 홍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지난 1월 파키스탄 홍수 복구 관련 국제회의에서 "홍수로 인한 총손실액이 파키스탄 국민총생산의 8%인 300억 달러(약 39조7천억원)에 이른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경제분석가 안쿠르 슈클라는 블룸버그통신에 "칸 전 총리 체포는 경제 활동에 압박을 가하고 여야 간 정치적 대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에 따라 IMF 구제금융 지원 가능성도 작아질 것이라며 파키스탄의 상황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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