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대홍수 이어 정국 혼란까지…'총체적 난국' 파키스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구 2억3천만명의 세계 5위 인구 대국 파키스탄이 초대형 악재와 잇따라 맞닥뜨리며 총체적 난국의 위기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심각한 경제난 속에 지난해 대홍수가 덮친 데 이어 최근에는 정국마저 큰 혼돈에 직면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지난 9일 임란 칸 전 총리가 부패 혐의로 전격 체포된 후 곳곳에서 유혈 사태가 빚어지는 등 전국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칸 전 총리 지지자들은 카라치, 퀘타, 라호르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경찰차를 불태우고 군 관련 시설을 공격하는 등 격렬하게 시위를 벌였다.
당국은 군경을 동원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4명 이상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칸 전 총리 측은 주장했다.
당국은 전국 주요 지역의 인터넷과 모바일 데이터망도 차단했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와 펀자브주 등에는 집회 금지령도 내렸다.
하지만 칸 전 총리 측은 10일 이후에도 이슬라마바드 등에서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라 소요 사태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파키스탄에서는 오는 10월 총선까지 예정된 상태라 칸 전 총리가 이끄는 야당 파키스탄정의운동(PTI) 등은 대정부 투쟁 수위를 더욱 높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의 정국 혼란은 지난해 4월 칸 전 총리가 의회 불신임으로 총리직에서 쫓겨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칸 전 총리는 미국 등 외국 세력의 음모로 총리직에서 밀려났다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을 이끌고 시위를 벌여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유세 도중 총격으로 다리를 다치자 현 정부와 군부가 암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당국이 이번에 그를 체포하자 파키스탄 정국은 이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이런 파키스탄 정국 상황은 안 그래도 무너져가던 국가 사회·경제 질서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파키스탄은 중국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인한 대외 부채 문제에 시달리다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이어지면서 경제가 수렁에 빠졌다.
국가 주력인 의류 산업 등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경제난 여파로 민생고도 심해졌다.
지난 3월에는 카라치의 구호품 배급소에 인파가 쇄도하면서 12명이 깔려 숨졌다. 곳곳에서는 생필품 부족과 단전도 계속되는 상황이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6.4%로 치솟아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기준 외환보유고는 43억 달러(약 5조6천9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약 한 달 치 수입액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이런 와중에 파키스탄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 협상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파키스탄은 2019년 IMF와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했지만, 구조조정 등 정책 이견으로 인해 전체 지원금 65억 달러(약 8조6천100억원) 가운데 일부만 받은 상태다.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11억8천만 달러(약 1조5천600억원)의 지급도 보류됐다.
파키스탄 경제는 특히 지난해 대홍수를 겪으면서 더욱 추락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작년 6∼9월 최악의 몬순 우기 폭우가 발생,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엄청난 물난리가 닥치면서 약 1천700명이 숨졌고, 3천300만 명이 홍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지난 1월 파키스탄 홍수 복구 관련 국제회의에서 "홍수로 인한 총손실액이 파키스탄 국민총생산의 8%인 300억 달러(약 39조7천억원)에 이른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경제분석가 안쿠르 슈클라는 블룸버그통신에 "칸 전 총리 체포는 경제 활동에 압박을 가하고 여야 간 정치적 대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에 따라 IMF 구제금융 지원 가능성도 작아질 것이라며 파키스탄의 상황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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