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시인' 파파이오아누 "화가의 눈으로 공연 예술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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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화가의 눈으로 공연 예술을 하고 있어요. 캔버스와 종이 위에 위에서보다 무대에서 더 좋은 화가라고 생각하죠."
파파이오아누의 무대는 인체와 시각예술을 결합해 한 편의 시나 추상화를 보는 듯한 미감을 선사한다.
지난 2017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선보인 '위대한 조련사'는 파파이오아누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파파이오아누는 '무대 위의 시인'이란 별칭에 대해서도 "예술가로서 나의 의도를 정의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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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분석과 판단은 관객 몫…이해 못 해도 괜찮아"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항상 화가의 눈으로 공연 예술을 하고 있어요. 캔버스와 종이 위에 위에서보다 무대에서 더 좋은 화가라고 생각하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개·폐막식은 그리스 신화와 문화를 예술로 승화시킨 연출로 전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다. 총감독으로 이 행사를 책임진 인물은 연출가·안무가·무대 디자이너·배우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그리스 출신의 예술가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59).
파파이오아누의 무대는 인체와 시각예술을 결합해 한 편의 시나 추상화를 보는 듯한 미감을 선사한다.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강렬한 이미지로 그리며 인간의 본질과 내면을 비추는데 그의 작품은 절제미와 단순미, 독보적 상상력과 초현실적 미학 등과 같은 키워드로 설명된다.
지난 2017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선보인 '위대한 조련사'는 파파이오아누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신작 '잉크'로 6년 만에 내한한 파파이오아누가 오는 12~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순수 미술을 공부한 뒤 화가와 만화가로 두각을 드러냈던 파파이오아누는 '실험 연극의 거장' 연출가 로버트 윌슨과 '현대무용의 혁명가' 피나 바우쉬를 만나며 창작 영역을 회화에서 공연으로 옮겨왔다. 1986년 '에다포스 댄스시어터'를 창단한 뒤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9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파파이오아누는 "공연예술은 시각예술에 밀착해있던 나를 꺼내준 장르"라며 "동시대 예술가들과의 협업은 물론 시민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무대 위의 시인'이라는 별칭답게 그의 작품은 특정 장르로 규정하기 어렵다. '잉크'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무용과 연극, 퍼포먼스의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연극 연출가나 안무가로서의 전통적인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아요. 내가 가진 기술로 개발한 장르입니다."
파파이오아누는 '무대 위의 시인'이란 별칭에 대해서도 "예술가로서 나의 의도를 정의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시인의 어원은 '하다'에서 파생돼 '하는 자'라는 뜻이에요. 행동하고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시인입니다."
2020년 9월 이탈리아 토리노 댄스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잉크'는 태곳적 요소이자 우주의 기원인 물을 주 소재로 한다. 파파이오아누는 인류 역사에서 수 세기 동안 사용된 잉크가 물과 뒤섞여 흐르며 인간의 죽음과 삶, 사고와 감정을 써 내려가는 시적인 순간을 포착해 무대에 펼쳐낸다.
침착하고 어른스러운 인물과 벌거벗은 채 갓 태어난 듯 에너지 넘치는 남성은 서로를 끌어당기면서도 밀어내는 듯한 움직임을 펼쳐낸다. 사흘간 공연에서 파파이오아누는 두 차례 배우로도 무대에 오른다.
파파이오아누는 물을 소재로 삼은 것과 관련해 "무대에서 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감을 가져다주고, 은유적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식적인 이유는 없다"면서도 "물은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변화·용해하고, 빛을 흡수·반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파파이오아누는 여느 연출가와 다르게 작품의 주제 의식 등을 설명하길 꺼렸다. 작품을 본 후 피어나는 감정에 오롯이 집중하게 만들고 싶어서다. 다소 난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관객들은 작품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작품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건 제 몫이 아니에요. 전 실행할 뿐이죠. 취향과 관련해 관객이 이해해야 할 것은 전혀 없어요. 특히 공연이란 장르 안에서 명확한 이해를 바랄 필요도 없습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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