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또 ‘오해가 부른’ 총격?···숨바꼭질하던 10대, 이웃에게 총 맞아
공 줍다가, 초인종 눌렀다가, 차문 열었다가 ‘탕탕’
단순 실수에도 비무장 상대에게 무차별 총질
도 넘은 ‘묻지마 선제 총격’···“정당방위법 악용”
연이은 총격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에서 이번에는 숨바꼭질을 하던 10대 소녀가 침입자로 오인을 받아 이웃에게 총을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루이지애나주 스타크스에서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던 14세 소녀가 이웃집 사유지에 숨어들었다가 집주인 데이비드 도일(58)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았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일은 경찰에 집 밖에서 그림자를 목격한 뒤 집 안으로 들어가 총을 챙겼고, 이후 여러 명이 자신의 사유지에서 도망치는 것을 목격해 그들에게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 도일은 가중폭행 등 혐의로 체포돼 기소됐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처럼 무심결에, 혹은 단순 실수로 타인의 사적 공간에 접근했다가 총격을 받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부모 심부름으로 동생을 데리고 가려던 16세 흑인 소년이 주소를 잘못 찾아 엉뚱한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가 집주인이 쏜 총에 맞았다. 총을 쏜 집주인은 84세 백인 남성으로 경찰에 “누군가 침입한다고 생각해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이틀 후인 같은달 15일 뉴욕주 헤브런에선 친구의 집을 찾다가 실수로 다른 집의 진입로에 들어간 20세 여성이 집주인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사흘 후 텍사스주 엘긴에서는 카풀 장소로 쓰인 마트 주차장에서 차량을 착각해 엉뚱한 자동차 문을 연 10대 여성이 차주 남성에게 총격을 받았다. 하루 뒤인 지난달 19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소도시 개스턴에선 이웃집 마당에 굴러간 공을 가지러 간 6세 소녀와 그의 부모가 집주인의 총에 맞아 다쳤다.
이처럼 단순 실수로 사적 공간에 접근한 비무장 상대에게 ‘묻지마 선제 총격’이 계속되는 원인으로 정당방위 범위를 집 바깥으로 확대한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물러나지 말라)’ 법이 지목되고 있다.
미국 20여개주는 ‘캐슬 독트린(Castle Doctrine)’이란 협법상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집을 주인의 ‘성채’로 보고 타인이 성 안에 침입할 경우 무력으로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이러한 정당방위권을 집 바깥으로 확대한 것이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이다. 이 법령은 생명에 위협을 느낄 경우 집 바깥에서도 총기 등 치명적 물리력을 동원해 선제적으로 맞서는 것을 정당방위로 규정한다. 플로리다주가 2005년 처음 도입한 뒤 현재 미국 30개주가 채택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의 많은 주에서 이 법은 타인에게 총격을 가한 이들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 의학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는 미국 전역에서 살인사건이 8% 증가하고, 그 중에서도 총기살인은 11% 늘어난 것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통계를 보면 미국의 아동·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총기 사건으로 교통사고를 넘어섰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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