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장 유럽 순방, 출발부터 벽 만나…독일 외무 “우크라전 중립은 공격자 편들기”
친강(秦剛)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악화된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유럽 순방길에 올랐으나 시작부터 벽에 부딪힌 형국이 됐다. 친 부장이 유럽 방문 첫 일정으로 만남을 가진 안나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립은 공격자 편을 드는 것”이라며 중국에 보다 분명한 입장을 요구했다.
4박5일 일정으로 유럽을 방문한 친 부장은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베어복 장관과 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친 부장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냉정과 이성을 유지하며 정치적 해결을 위한 조건을 조성하는 것만이 출구가 될 수 있다”며 “중국은 분쟁의 제조자나 참여자가 아니고 평화 제창자이자 촉진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조기 휴전을 위해 독일을 포함한 관련 당사자들과 소통을 유지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 다시 한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립적 입장을 강조하며 중재자 이미지 구축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베어복 장관은 “중국이 그런 선택을 한다면 전쟁을 끝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중국에 분명한 입장을 요구했다. 베어복 장관은 “중립은 공격자의 편을 든다는 의미”라며 “우리가 따라야 할 원칙은 피해자의 편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어복 장관은 그러면서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전쟁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민·군 겸용 재화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주 중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러시아에 무기 부품을 제공하는 중국 기업 7개를 대상으로 새로운 제재 패키지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친 부장은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 관련국에 무기를 판매하지 않고 민·군 양용 품목 수출을 법과 규정에 따라 신중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 협력한 중국 기업을 제재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중국은 자국 법률에 의거한 확대관할이나 일방적 제재에 단호히 반대하며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 부장의 이번 유럽 방문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노력을 발판 삼아 유럽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출발부터 녹록지 않은 상대를 만나 설전을 주고 받은 셈이다. 베어복 장관은 지난달 중국 방문 당시에도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 등을 놓고 친 부장과 입장 차를 드러냈다.
친 부장은 오는 12일까지 독일에 이어 프랑스와 노르웨이를 방문한다. 왕이웨이(王義桅) 중국 인민대 교수는 “중국은 중재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특사를 보낼 준비를 거의 끝내감에 따라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고 EU와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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