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30% 코인수익 내놔" 조폭들, 야구방망이 폭행·48억 뜯어

정세진 기자 2023. 5. 10. 13: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년간 폭행·협박…경찰 신고에도 구속영장 기각
야구방망이로 피해자들을 폭행하는 조직폭력배 출신 피의자/사진= 서울경찰청


경찰이 '코인트레이딩'을 핑계로 100억원 상당을 강제로 빼앗고 피해자들을 감금·폭행한 조직폭력배 출신 피의자 등을 검거했다. 코인트레이딩은 코인거래소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 단기 매매를 반복해 수익을 내는 방식을 말한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강력범죄수사대는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동 서울청 마포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수사 성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주범 김모씨(35)는 2021년 2월쯤 사업을 하다 알게 된 피해자 B씨에게 코인 투자를 가장해 일방적으로 30% 상당의 수익률을 강제한 후 제때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김씨와 김씨 지인, 가족 등을 무차별 폭행·협박해 지난해 2월까지 약 146억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는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피해자 B씨는 "김씨는 처음엔 합법적 투자를 가장했고 코로나로 경제사정이 어려운 점을 설명하면서 인간적으로 다가왔다"며 "잘못된 걸 인지했을 땐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피해와 이루 말할 수 없는 협박을 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야구방망이로 피해자들을 폭행하는 조직폭력배 출신 피의자/사진= 서울경찰청 제공영상 캡처

경찰 조사에 따르면 2021년 2월 김씨는 IT업체 대표인 B씨에게 초기 투자금 3500만원을 건네 비트코인 등에 투자하도록 요구했다. 초기투자에서 20%의 수익률이 발생하자 김씨는 몇차례에 걸쳐 2억 3500만원까지 투자금을 늘렸다.

그러다 B씨가 이용하던 코인 거래소가 운영을 멈추고 코인가격 등이 하락하면서 수익금이 줄자 김씨는 일방적으로 투자금의 30% 수준의 수익률을 요구하며 B씨와 B씨 회사 직원, B씨의 지인 등을 상대로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다.

경찰은 김씨가 이같은 방식으로 2021년 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약 1년간 B씨와 B씨 회사 직원, B씨 가족 등 지인으로부터 빼앗은 금액만 48억6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협박에 못 이긴 B씨는 어머니의 집을 담보로 대출 받은 돈까지 수익금과 투자금 회수 명목으로 김씨에게 빼앗겼다.

경찰은 B씨와 B씨 지인의 피해금과 이를 이용해 코인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금 등을 합쳐 총 146억원 가량을 김씨가 빼앗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 일당이 B씨 본인에게 저지른 폭행·협박범죄만 해도 2021년 2월부터 12월까지 확인된 것만 최소 19회에 이른다.

경찰이 발견한 김씨 일당의 범죄수익금. /사진=서울경찰청

김씨는 B씨가 2021년 12월24일 도망치자 교도소 복역 중 알게 된 조직폭력배 3명 등 10명을 동원해 B씨 행방 파악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B씨 아버지와 어머니를 상대로 '내가 염산 테러를 한 적이 있다' '도망간 사람을 숨겨주어선 안 된다'며 협박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초 B씨 행적을 찾기 위해 B씨 회사 직원 C씨와 D씨 등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사무실에 13시간 동안 감금한 채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하기도 했다. 당시 피해자 중 한명이 화장실을 가겠다며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당시 김씨를 상대로 특수상해와 공동감금,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김씨는 또 1년여에 이르는 범죄 기간 동안 합법을 가장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했다. 경찰은 김씨 법인 직원들이 범죄수익금을 월급으로 지급받으면서 외부에 피해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피해자를 24시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등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범 A씨가 만든 법인의 조직 체계도. /자료=서울경찰청

경찰은 이들이 허위 차용증을 빌미로 피해자 가족까지 협박하는 등 피해자들의 심리상태를 지배하는 이른바 '가스라이팅' 상태로 만들면서 피해가 장기간 지속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 일당 16명은 지난 2월부터 이달초에 걸쳐 전원이 검거됐고 경찰은 김씨와 조직폭력배 등 8명을 구속했다. 김씨에겐 중감금, 특수감금, 폭행, 상습공갈, 협박 등 10여개 죄목을 적용했지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진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B씨를 공갈·협박하는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일당이 합류했다"며 "처음부터 상습공갈을 목적으로 조직을 만든게 아니고 행동강령 등 통솔체계가 없어 범죄 단체 규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에 따라 부패 등 범죄가 아닌 재산범죄 범죄 수익금은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할 수 없다. B씨는 지인과 자신의 재산 46억8000만원을 빼앗겼지만 재판 전에 돌려받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B씨는 "피해자들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가정이 파탄 났는데 김씨는 범죄 수익금으로 좋은 로펌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검거가 늦어진 데 대해 "지난해 10월 관련자 10명 전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지만 직후에 이태원참사가 발생해 광역수사단 전원이 특별수사본부로 파견 나가 일정이 미뤄졌다"고 말했다.

경찰에서는 앞으로도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악질적인 범행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하여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