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 되든 밥이 되든 1군에"…'나홀로 3할' 악바리 생존기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어쨌든 1군에서 야구해야 하는 거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1군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두산 베어스 외야수 양찬열(26)의 올 시즌 키워드는 생존이었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8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양찬열은 올해 처음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공격적인 타격과 적극적인 주루로 이승엽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양찬열은 풀타임 1군 선수로 성장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더 이를 악물었다.
노력의 결과 양찬열은 개막 엔트리부터 지금까지 쭉 1군 엔트리를 지키며 '풀타임'의 꿈을 향해 천천히 걸어나가고 있다. 냉정히 현재는 4번째 외야수 경쟁을 하는 상황이라 출전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진 않는다. 외야 베스트 라인업은 김재환, 정수빈, 호세 로하스로 정해져 있다.
양찬열은 적은 기회 안에서도 은은하게 빛을 냈다. 20경기에서 타율 0.317(41타수 13안타), OPS 0.731, 4타점, 8득점을 기록했다. 현재 1군에 있는 두산 백업 야수 가운데 유일하게 3할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백업 외야수로 폭을 좁히면 송승환(0.209, 43타수 9안타), 조수행(0.167, 42타수 7안타)보다 기회를 더 잘 살리고 있다.
안타 하나가 나오면 그날은 멀티히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양찬열은 올해 6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했는데, 3안타 경기가 3차례나 됐다. 2안타 경기도 한 차례 있다. 나머지 14경기는 무안타로 침묵했는데, 교체 출전한 11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풀타임으로 버티려면 극과 극 타격의 기복을 줄일 필요는 있다.
양찬열은 지금까지 1군 생존에 성공한 것과 관련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김)대한이도 (김)인태 형도 잘하고 있다가 안타깝게 부상으로 그렇게 됐다. 그리고 (송)승환이가 올라와서 바로 잘하기도 했다. 그때 나는 계속 '내가 나갈 기회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준비한 것 같다. 멘탈을 잡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려 했다"고 이야기했다.
대타로 나설 때마다 결과가 없을 때 고토 고지 타격코치의 조언은 큰 힘이 됐다. 양찬열은 "고토 코치님께서 경기 전 훈련 전에도, 또 경기 끝나고도 많이 훈련하면서 도움을 주셨다. 자신감도 심어주셨다. '타자들이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 당연히 감이 없을 수밖에 없다'며 내가 부담을 덜 수 있게 도움을 주셨다"고 했다.
1군에 있으면 기회가 적고, 경기를 뛰기 위해 2군에 가자니 1군이 고픈 게 백업 선수들의 딜레마다. 하지만 양찬열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1군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양찬열은 "사실 타격감이라는 게 2군에서 경기를 많이 뛴다고 감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1군에서 경기에 많이 못 나가도 안타가 나올 수 있는 일이고, 어쨌든 1군에서 야구를 해야 하는 거니까. 물론 2군에서 뛰는 게 나을까 생각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1군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1군에서 쭉 머물면서 기복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양찬열은 "아무리 연습 때 좋아도 경기 때 안 되고, 연습 때 안 좋아도 경기 때 좋을 수 있으니까. 연연하지 않으려 했다. 야구가 그런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솔직히 3타수 3안타, 4타수 3안타는 인생 경기지 않나. 작년에도 아쉬웠던 게 1군에서 처음 나섰던 2경기를 잘하다 보니까 부담이 생겨버렸다. 그 경기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경기가 없는데, 내 기대치가 높아졌다. 안타 하나만 쳐도 나쁘지 않은 것이고 기분 좋아야 하는데 아쉽고 불안하니까.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욕심부리는 순간 많이 달라지니까. 욕심은 나중에 부리면 되는 일"이라고 덧붙이며 웃어 보였다.
당장은 김대한과 김인태가 돌아와도 자리를 지키는 것이 목표다. 양찬열은 "우리 팀 외야가 워낙 짱짱하지 않나. 대한이 오고, 인태 형도 돌아올 때까지 오버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 다들 뛰어난 선수니까. 선의의 경쟁을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