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투자 종목’ 유사해도 주가조작 감시망 작동된다

조해영 2023. 5. 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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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앞으로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주식 계좌들도 투자 양상에 비슷한 점이 있다면 감시망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한겨레> 와의 통화에서 "투자자들이 컴퓨터와 휴대폰에서 주식 매매 시 관련 아이피 주소가 확인된다"며 "이에 아이피 주소 등을 활용해 서로 다른 주식 계좌여도 연관성이 있는지 파악해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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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같은 아이피 주소’ 등 중심으로 감시
주가조작 세력들 다른 지역, 대포폰 등 활용
거래소, 계좌 연관성 없어도 매매 양상 예의주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합동수사팀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 및 측근 변모씨와 안모씨를 체포한 9일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거래소가 앞으로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주식 계좌들도 투자 양상에 비슷한 점이 있다면 감시망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같은 아이피(IP) 주소’ 내 여러 명의의 계좌에서 거래가 발생할 때를 예의주시해왔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 세력들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대포폰 등을 활용해 ‘아이피 주소’를 통한 감시망을 피해갔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거래소는 주가조작 세력을 사전에 탐지하기 위해 주식 계좌들의 투자 패턴을 살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존 거래소의 시장 감시 체계는 특정한 아이피 주소 등을 통한 계좌 연관성에 주목해왔다. 한 아이피 주소에서 여러 명의의 주식 계좌 매매가 이뤄질 경우 주가조작 세력이 사용하는 계좌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피 주소와 함께 주식 계좌 개설 시 증권사에 제출한 자택 및 사무실 주소도 계좌 간 연관성을 살피는 데 활용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투자자들이 컴퓨터와 휴대폰에서 주식 매매 시 관련 아이피 주소가 확인된다”며 “이에 아이피 주소 등을 활용해 서로 다른 주식 계좌여도 연관성이 있는지 파악해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소시에테제네랄(SG)발 주가 폭락 사태에서 드러난 주가조작 세력들은 이 같은 감시망을 교묘하게 피해갔다. 각각 다른 지역에서 주식 매매를 진행해 아이피 주소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대포폰도 사용됐다. 계좌 간 연관성을 탐지하는 거래소의 시장 감시 체계가 사실상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거래소는 앞으로 아이피 주소 등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도 투자 양상이 유사할 경우 감시에 들어가도록 제도를 보완할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겉으로 봤을 때 서로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주식 계좌들도 투자한 종목이 일정 수준 이상 유사할 경우 등 ‘매매 패턴’을 고려해서 주가조작을 감시하는 방법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거래소는 반년 이상의 시세조종을 적발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도 개정한다. 지난 9일 열린 ‘주식폭락 사태 원인 규명 및 재발방지 대책 당정협의회’ 브리핑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앞으로는 6개월 또는 1년 단위의 중·장기 시세조종 등 신종 비전형적 수법도 탐지하도록 (시장 감시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거래소는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100일 사이의 이상거래를 탐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투자자 주의를 환기하는 거래소의 시장경보제도 역시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에 한해 발동된다. 반면 이번 주가조작 세력들은 이러한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약 3년에 걸쳐 조금씩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시세조종을 해왔다.

거래소는 이상거래 탐지 기간을 반년과 1년 단위로 늘린 뒤 과거 사례를 검토해 새로운 방식으로 이상거래를 발견해 낼 수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감시 지침을 개정할 방침이다. 다만 시장감시 지침의 경우 외부로 알려지면 주가조작 세력에 악용될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사항은 발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이상거래 탐지 기간은 1년 단위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며 “단순히 기간만 늘리는 게 아니라 기준도 추가해 주가조작 적출 시스템을 마련하고, 과거 사례도 시뮬레이션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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