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은혜요?”···아동학대 신고에 병드는 교사들
교권침해 520건 중 학부모 의한 침해가 241건 ‘1위’
자녀지도 불만 갖고 아동학대 신고하는 학부모 늘어
교사노조 조사서도 '아동학대 대책' 1순위 과제 꼽혀
"정당한 교육·생활지도는 아동학대 면책권 부여해야"
#교사 A씨는 자신의 반에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정서적으로 불안한 학생이 있어 마음 고생이 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당 학생이 정도가 지나친 문제 행동을 일으켜 손목을 잡고 이를 자제시켰다.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해당 학생의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의 손목을 잡았다는 이유로 A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교사 B씨는 두 학생 간 학교 폭력을 제지하고 훈육하는 과정에서 한 학생으로부터 욕설을 들었다. 이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해당 학생에 대해 특별교육이수 조치를 결정했다. 그러자 해당 학생의 학부모는 ‘방송에 제보하겠다’며 협박하고, ‘교사가 휴대폰으로 아이를 때리려 했다’며 B씨를 아동학대로 고소했다. 사건은 검찰로 넘겨졌으나 무혐의로 종결됐다.
스승의 날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교사들이 학생·학부모의 ‘아니면 말고’ 식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상담 4건 중 1건이 아동학대 신고 관련 내용일 정도다. 교사들은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에는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10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발표한 ‘2022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처리 건수는 총 520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437건보다 무려 83건이 증가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비대면 수업 환경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다시 2019년 이전 수준인 500건대로 늘었다.
교권침해 주체로는 학부모가 가장 많았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2021년 148건에서 지난해 241건으로 늘었다. 특히 교원의 자녀 지도를 문제 삼은 아동학대 신고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교총은 “학생지도로 분류된 상담 건수 125건 중 최소한 절반 이상이 아동학대 신고 협박, 소송을 당한 내용”이라며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4건 중 1건이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된 셈”이라고 밝혔다.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원들이 교총에 교권옹호기금 소송비 지원을 신청하는 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 매년 소송비 신청 건 중 아동학대 관련은 2018년 63건 중 11건(17.4%), 2019년 117건 중 17건(14.5%), 2020년 115건 중 21건(18.2%), 2021년 78건 중 15건(19.2%), 2022년 110건 중 26건(23.6%)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더 큰 문제는 아동학대 신고 관련 상담 건 대부분이 검찰에서 ‘무혐의’ 종결될 만큼 무고성, 아니면 말고 식의 내용이라는 점이다. 교총은 “학부모 본인에게 돌아올 피해는 거의 없는 것을 악용해 아니면 말고 식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늘고 있다”며 “이는 교원들의 교육지도 위축과 회피로 이어져 결국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법률이 오히려 교육적 ‘방임’이라는 아동학대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제42회 스승의 날을 맞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아동학대 신고 대책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많았다. 교사노조가 지난달 20~28일 조합원 1만137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 1순위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처벌 등 법률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방지 대책 수립(38.21%)'이 꼽혔다. 교육활동을 하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경험이 있는 교사는 649명(5.7%)이나 됐다.
이 밖에 교직생활에 만족하냐는 물음에는 매우 불만족(39.7%), 조금 불만족(28.66%) 등 부정적인 답변이 68.36%에 달했으며,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의원면직)을 고민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61%가 고민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최근 5년간 교권 침해 상황을 묻는 문항에서는 교권 침해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교사가 26.59%(3025명)나 됐다.
교사들은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부터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교총과 교사노조는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등 교육 관련 법률과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에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범죄로 보지 않는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직접 마련해 제시하는 등 국회의원 발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총 관계자는 “신고만 되면 직위해제 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악의적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무고 또는 업무방해로 고발할 필요가 있다”면서 “피해교원에 대해서는 심리 상담·치료·요양 등의 보호조치와 교원치유센터 지원, 소송비 지원을 보장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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