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령 받고 반정부 투쟁, 군 기밀수집...민노총 전·현 간부 4명 구속기소

권상은 기자 2023. 5. 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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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8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이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고, 반정부 투쟁과 군사기밀 수집 등 북한의 지령을 받아 수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안당국은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이들이 북한측과 주고받은 통신문건을 입수했으며, 역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인 90건의 북한 지령문을 확보했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정원두)는 10일 국가보안법의 특수잠입·탈출·회합, 간첩 등의 혐의로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 A(52)씨를 구속 기소했다. 또 전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48)씨,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C(54)씨, 민노총 산하 노조 조직부장 D(51)씨도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지령을 받은 혐의 등으로 함께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총책인 A씨는 2017~2019년 캄보디아·중국·베트남에서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 기구인 문화교류국 공작원을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8년 10월부터 2022년 2월까지 모두 102회에 걸쳐 북한의 지령문을 수신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0년 5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민노총 위원장 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 평택 미군기지와 오산 공군기지의 시설과 군사장비 등을 탐지하고 수집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A씨가 20여년 동안 북한 공작원과 접선·교류하면서 민노총 조직실장, 기획국장 등 핵심부서의 책임자로 정책·조직·인사·교육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북한의 지령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민노총 내 계파별 움직임과 지도부 선거동향 탐지, 특정세력의 민노총 집행부 장악, 민노총 주도의 반정부투쟁 등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A씨 등은 민노총 위원장 선거결과 예상, 내부 통신망 ID 및 비밀번호, 지하조직 인물 포섭과 하부조직 구축, 군사정보 등 국가기밀 탐지·수집, 반정부 활동 등을 실행·추진하면서 결과를 북측에 수시로 보고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들이 청와대 등 주요 국가기관의 송전선망 마비를 위한 자료 입수, 화성·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 평택 LNG 저장탱크 배치도 등 비밀자료 수집을 지령받은 사실도 파악했다. 또 A씨의 사무실 PC에서 평택 미군기지, 오산 공군기지 등 시설과 장비 동영상과 사진 자료도 발견했다.

검찰은 북한측이 이들에게 민노총을 반미투쟁과 보수세력 공격의 선봉으로 만들라는 지령을 내렸으며, 이 지령에 따라 A씨 등이 민노총이 친북 정서 확산, 반미·반일감정 극대화, 특정 정치세력 재집권, 대형참사를 계기로 한 정권퇴진 운동 등 정치투쟁에 치중하도록 주도했다고 밝혔다.

공안당국은 지난 1월 이들의 혐의를 포착해 민노총 본부 등을 압수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북측과 주고받은 통신문건의 암호를 해독해 지하조직을 적발했다. A씨는 북한으로부터 받은 암호자재(암호화 프로그램인 스테가노그래피 등이 저장된 매체)인 SD카드를 소지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 3월 27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며 법원은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 내지 도주 우려 등 구속 사유가 있으며, 범죄의 중대성도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사건을 송치받아 이날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민노총 내부에 지하조직을 구성한 전·현직 핵심간부들이 영향력을 이용해 민노총의 활동을 북한 공작기관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며 동조세력을 확대하려다 적발된 사건”이라며 “민노총의 내밀한 정보를 북한에 제공하고 노동계 인사 다수에 대한 포섭 활동도 전개하는 등 민노총을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위한 핵심도구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공안당국은 이들이 결성한 지하조직의 조직원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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