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경상수지, 금융위기 이후 최대 적자…“4월엔 대규모 적자 없을듯”
2008년 3분기 이후 최대 적자
외국인 배당 몰리는 4월
또 적자 우려에 한은 “4월엔 균형수준”
“무역수지 개선되고 있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경상수지가 올해 1분기에만 44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가 분기 기준으로 적자를 낸 것은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적자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3분기(-46억4000만달러) 이후 약 14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반도체 한파에 대(對)중국 수출 감소가 겹치면서 경상수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수출과 수입간 격차)가 지난해 말부터 6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간 영향이 컸다. 경상수지는 지난 1월(-42억1000만달러) 역대 최악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월(-5억2000만달러)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3월에는 경상수지가 2억7000만달러 흑자를 내면서 우려했던 ‘3개월 연속 적자’는 면했다. 배당 수입이 증가한 덕에 경상수지도 가까스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문제는 4월이다. 일반적으로 4월에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국내 기업의 배당이 몰리기 때문에 본원소득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이에 따라 경상수지도 적자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행은 4월 경상수지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우려에 대해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가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4월 경상수지는 균형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 “4월 경상수지 대규모 적자 가능성 낮아”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10일 오전 열린 ‘2023년 3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는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내놓은 전망치인 44억달러 적자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수지는 2억7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전월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흑자폭은 65억달러 쪼그라들었다. 수출 부진에 상품수지(-11억3000만달러)가 적자를 지속했고, 해외 여행이 살아나면서 서비스수지(-19억달러)도 적자 전환했다. 해외 법인의 배당 수입이 증가한 영향으로 본원소득수지가 36억5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선 데 힘입어 경상수지도 ‘턱걸이 흑자’에 성공했다.
신 국장은 3월에 이어 4월에도 경상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는 흐름에서 탈피해 균형수준(0)에서 소폭의 적자 또는 흑자를 낼 것이라고 봤다. 그는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경상수지가 완만한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무역수지는 상품수지와 연동되는데, 한국은행은 무역수지가 3월에 46억2000만달러 적자에서 지난달 26억2000만달러로 적자폭이 약 20억달러 축소된 점을 들어 4월 상품수지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4월은 계절적으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외국인 배당이 집중되는 시기인 만큼, 본원소득수지는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적자 규모는 1년 전(-30억달러)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내다봤다.
신 국장은 “4월에는 통상 외국인 배당지급이 경상수지 악화 요인으로 작용해왔지만, 지난해 우리 기업의 경영 성과가 안 좋았기 때문에 올해 배당 지급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또 국내 기업의 해외 현지 법인의 배당 수입이 본원소득수지 적자를 어느 정도 커버(상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1~3월 배당수입이 역대 최대 수준이라 남은 기간 중에도 추가로 (배당 수입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배당수입이 연간 얼마나 늘어날지는 기업의 자금흐름, 전략, 환율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 260억달러보다 낮아질 듯”
다만 한국은행은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는 소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를 260억달러 흑자로 제시한 바 있다. 신 국장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낮추겠다고 했는데, 이와 함께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기 회복세가 더딜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연초 전망치인 275억달러보다 100억달러 이상 적은 160억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KDI는 “세계 경제 부진이 상반기에 지속 중이고, 하반기에 회복되더라도 예상보다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5월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이날 한국은행은 연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 안팎으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경상수지 적자(44억2000만달러)가 이미 상반기 경상수지 전망치(44억달러)를 넘어선 만큼,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도 기존 260억달러에서 100억달러 후반대~200억달러 초반대 흑자로 수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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