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가 회사를 상대로 직장내 괴롭힘 신고를…
행복한일 노무법인의 '직장내 괴롭힘 AtoZ'
[사례]
회사는 직원 300여 명을 둔 20년 차 물류 회사입니다. 회사는 정체 상태의 사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IT 부문을 확장, 내재화하는 계획을 세우고 직원을 모집하였습니다. 해당 과정에서 프리랜서로서 다수의 개발 경력을 어필한 A직원을 높은 수준의 급여와 역할을 약속하고 정규직으로 채용하게 되었습니다.
회사는 A직원에게 한 개발 프로젝트 업무의 총괄 역할을 부여하였습니다. 그러나 A직원은 해당 개발 프로젝트 업무에서 총괄 역할을 할만한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로 인한 구성원들의 지속된 고충 제기로 인해 타 프로젝트 업무의 수행원으로 전보되었습니다.
A직원은 타 프로젝트에서도 본인보다 급여가 낮은 수행원들에 비해 나은 생산성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 중 자주 자리를 비우는 등, 태도 문제 또한 제기되었습니다. 3년간 여러 프로젝트를 맡겨본 결과 회사는 A직원이 역량, 태도 모두 문제가 있는 저성과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특별 관리를 시행했습니다.
특별 관리의 내용에는 이석장부를 A직원이 근무하는 층 입구 앞 복도에 두고 화장실 사용, 흡연 등 사유를 불문하고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고 문밖을 나가는 경우 저성과자에 한하여 이석장부를 작성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에 A직원은 모욕적인 처사라며 해당 행위를 지시한 회사와 관리자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였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을까요?
[판단]
직장 내 괴롭힘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경우 성립합니다.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그 행위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②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돼야 합니다.
사용자는 급여지급 의무에 대한 반대급부로 근로계약 및 취업규칙 등에 의한 노무지휘권을 갖습니다. 이에 따라 업무를 부여하고 근태를 점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그러한 행위 자체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근태를 점검하는 방식이 상대방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질 경우 사회통념에 비추어 상당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2018.6.21.선고 2017가합539658판결은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어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자리를 비우는 경우에 보고를 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인 정당성 없는 명령권을 행사하여 근로자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였다면 이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면서,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화장실 사용을 포함하여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는 경우에 이 사건 이석장부의 작성을 지시하였고, 이석장부를 공개된 장소에 비치한 후 그곳에서 이석장부를 작성하도록 하여 원고와 같은 층에 근무하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원고의 화장실 이용여부, 이용시간, 이용횟수 등을 알 수 있게 함으로써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관한 부분까지도 공개할 것을 강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피고의 행위는 사용자로서의 정당한 지휘·감독권의 한계를 일탈한 행위로서 근로자인 원고의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며 위자료 액수 2000만 원을 인용한 바 있습니다.
위와 같은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봤을 때 A직원에 대한 특별 관리 방식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상당하지 않은 것으로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습니다.
[제언]
사안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 계기는 채용 실패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고용에 관한 엄격한 법제를 갖추고 있는 국내 법제 하에서는 직원의 정규직 채용 시 신중한 검증과 의사결정이 필요할 것인데, 그러한 검증이 부족한 상태에서 조직에서 원하는 역량에 미달하는 자를 채용한 것으로부터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직에서 즉시 검증키 어려운 역량을 가진 인력의 경우에는 기간제근로자로 먼저 계약을 체결해보거나 시용기간을 두는 방식 등으로 검증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해당자가 정규직으로 채용되거나 전환된 후 저성과자로 분류되는 경우, 해고의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는 국내의 법제 하에서 기업들에 해결키 어려운 과제가 됩니다.
저성과자를 관리하는 방식을 계획함에 있어 ‘퇴출’ 접근 관점이 아닌 역량 ‘개발’ 관점에서 제도를 설계하여야 제도의 적법,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갑니다.
사안의 이석장부 관리 방식은 화장실 사용 등 사생활이 드러날 수 있는 방식 및 타 직원들에게 공개되는 굴욕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 ‘퇴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 부당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타 직원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사유 또한 사생활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근태를 관리하는 방안 등 실질적으로 역량 및 태도를 ‘개선’할 수 있는 관점에서 제도를 설계, 운영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재민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파트너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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