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제→성과연봉제… 법정 소송 휘말리지 않으려면
과거 대부분 기업의 급여체계는 근속연수에 기반한 호봉제였다. 호봉제 급여체계에서는 직원들의 성과를 유인하기 위해 주로 승진제도를 이용하였고, 일부 영업직원들을 중심으로 실적에 따른 성과급제 등이 사용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기업에 성과주의가 확산되면서 성과연봉제가 도입되기 시작하였고, 현재 많은 기업들에서 성과연봉제가 실시되고 있다. 성과연봉제 실시와 관련해 그동안 법적인 쟁점이 되었던 사안들을 일별해 본다.
우선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성과연봉제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는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94조 제1항).
판례는 본문의 규정은 준수하지 않아도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이 있지만, 단서의 규정은 준수하지 않으면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가 언제인지이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취업규칙의 변경이 한 명의 근로자라도 불리하다면 이를 불이익 변경으로 본다(대법원 1993.5.14. 선고 93다1893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성과연봉제가 총액 기준으로 인건비가 증가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성과연봉제의 적용 결과 기존의 급여제도보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자가 있는 경우라면 이를 불이익 변경으로 본다.
한편 판례는 취업규칙의 변경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불이익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취업규칙 변경이 유효하다고 하나,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하여서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 사례가 전혀 없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성과연봉제 도입은 대부분의 경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 것인지가 핵심적인 문제가 된다.
다음으로 연봉제를 실시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매년 연봉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고(연봉계약방식), 다른 하나는 연봉제 규정에 따라 결정된 금액을 통지하는 방식(연봉통지방식)이다.
연봉계약방식의 경우에는 연봉이 삭감된 경우에는 근로자와 삭감된 연봉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이상 근로자의 연봉을 일방적으로 삭감할 수 없다. 만일 근로자가 변경된 연봉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작년 연봉계약에 따른 연봉을 지급하여야 한다. 또한 연봉계약 체결 거부를 이유로 징계나 해고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반면 연봉통지방식의 경우에는 근로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인사평가의 정당성이 주로 문제가 된다. 판례는 “근로자에 대한 인사고과는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고 하면서도, “사용자의 인사고과가 헌법,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정의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여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때에는 인사고과의 평가 결과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어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5. 6. 24. 선고 2013다22195 판결).
이에 따라 성과연봉제 도입에 앞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평가제도를 수립해야 한다. 그러므로 인사평가자의 자의적인 평가가 개입되지 않도록 가급적 평가항목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세분화하여 설계하여야 하고, 인사평가자를 여럿 두거나 다면평가 등을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보복적 목적이나 차별적인 인사평가는 당연히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주로 문제가 되었던 사안들은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해당 프로그램이 저성과자의 해고 목적의 프로그램인지 여부 또는 특정 노조 가입 여부에 따른 차별적인 인사평가가 이루어졌는지 여부 등이 있다. 또한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의 경우 이후 인사평가에 따른 연봉 결정이 자칫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우려가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특히 평가결과를 근로자에게 알려주고 평가결과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를 두어야 한다. 법원은 이와 같은 이의제기 절차가 있었는지, 나아가 이의제기 절차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회사가 연봉통지를 할 때에는 결정된 연봉액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연봉이 결정된 사유를 기재하여 통지하여야 하며, 이에 대한 이의제기기간을 두고 이의제기가 들어올 경우 이를 인사위원회 등에서 심사하여 근로자에게 해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인사의 핵심적인 과제 중 하나는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이다. 성과연봉제의 실시는 그동안 성과와 무관한 근속연수에 따른 급여 지급이라는 관행을 깨뜨리고 성과에 따라 공정한 보상을 통해 기업 전체의 효율성 증진과 활력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성과연봉제 실시 과정에서 여러 법적인 이슈들이 있는바, 이와 같은 이슈들을 미리 살펴 불필요한 소송을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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