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덕 ‘턱걸이 흑자’...KDI “상반기 100억달러 적자”

2023. 5. 1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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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기부진 속 中·동남아 수출 위축
관광객 줄어 서비스업 타격...경기둔화 가시화
한은도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 하향 조정할듯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분기 적자에 빠졌다. 반도체 경기 부진 속에 중국과 동남아로 향하는 수출이 위축되고, 관광객 감소로 서비스업도 타격을 입으면서 경기 둔화가 가시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예상보다 미미해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10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여러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경상수지, 11년 만에 적자...수출 급감=10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상수지는 44억6000만달러 적자로, 지난 2012년 1분기 12억9200만달러 적자 이후 11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화공품, 석유제품 등의 수출이 1년 전보다 급감하면서 지난해 1분기 114억7000만달러 흑자였던 상품수지가 올해 1분기 97억4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서비스수지도 72억달러 적자를 내며 전년 동기(-5억7000만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수출화물운임 하락으로 운송수입이 줄면서 운송수지가 적자로 전화했고, 여행수지도 적자를 이어갔다.

한은은 상반기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고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란 입장을 견지하며 4월 경상수지는 선방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4월 외국인 배당 지급 규모가 지난해보다 조금 줄 걸로 예상돼 4월 경상수지는 균형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적자 규모는 축소되고 있어 개선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품수지도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되는 흐름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KDI “상반기 100억달러 적자”...한은도 전망치 낮출 듯= 하지만, 올해 세계 경제의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도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상반기 대규모 적자에 이어 연간 전망에 대한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4일 발표한 ‘최근 경상수지 변동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상반기 경상수지가 100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17억달러 흑자를 보일 것이란 예상에서 적자로 전망을 바꿨다.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폭은 당초 전망치보다 115억달러 햐항한 160억달러로 예상했다.

김준형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세계 경제 부진이 상반기에 지속되고 하반기에 회복되더라도 우리 예상보다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는 점이 (전망에) 들어갔다”며 “내수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인 점도 전망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60억달러로 예상한 한은도 오는 25일 금통위에서 경상수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신 국장은 “지난달 통방회의 때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고, 최근 여건이 변화된 부분과 전망의 전제치가 변화된 부분이 있다”며 “25일 수정경제전망에서 이런 부분들이 반영돼서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상수지 흑자 규모에 대해서도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관건은 반도체·중국...하반기도 리스크=경상수지가 적자에서 벗어나 개선되기 위해선 반도체 경기 회복이 선결돼야 한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13%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지 않는 한 상품수지는 개선되기 힘들고, 경상수지도 악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상수지는 결국 반도체가 키를 쥐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의존도가 워낙 높아서 반도체가 언제 회복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반도체가 연말로 갈수록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만약 사이클 올라오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더디게 진행된다면 하반기에도 경상수지가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정책 변화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 것이라 예상하지만 중국 입장에서 한국 의존도를 줄이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잘 모르겠고, 과거보다 효과가 작을 수도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공급망 재편, 중국이 자국 산업을 키우는 정책이 맞물리면서 리오프닝 효과가 얼마나 될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경상수지는 수입도 같이 봐야 하는데 수입은 원자재 가격, 특히 원유 가격에 크게 좌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외환시장 불안 가능성도=경상수지는 한 나라의 수입과 지출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로, 경제의 체력을 나타내기 때문에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 원화가치는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높여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자극하고, 교역조건이 악화돼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안 교수는 “지금까지는 달러가 모든 나라의 환율을 결정하는 요소였다. 원화 약세는 주로 달러 강세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는데, 달러 강세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그 다음부터는 개별 국가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외환시장에 결코 좋은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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