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론]2년 시작 尹 ‘담대한 실천’ 나설 때다

2023. 5. 1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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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출범 1년 외교·경제 성과에도
위기 속 민생 개선 실감 못해
尹 ‘변화 더 속도 낼 것’ 적절
‘美 가치동맹’ 세계질서 개편
민간·시장에서 새 동력 찾아야
실천 의지 담은 개각 결단할 때

윤석열 정부의 출범 1주년이 특별한 이벤트 없이 지나간다. 윤 대통령이 최근 1주년 소회에서 예고했던 대로다. 잘하는 일이다. 전 국민 앞에서 자화자찬할 때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윤 대통령이 지적했듯, 지난 1년의 키워드는 변화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변화를 만들어 내자”고 당부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변화의 속도가 느린 부분은 다음 1년엔 속도를 더 내고, 또 변화의 방향을 조금 더 수정해야 하는 것은 수정할 생각”이라고 국정 방향을 제시했다. 국민이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自省)으로도 보인다. 옳은 방향이다.

수긍이 가는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 특히 국회가 간섭 못 하는 외교·안보 분야가 그렇다. 한미동맹이 첨단 기술·우주동맹으로 업그레이드되고, 한일 정상의 셔틀외교가 복원되면서 양국 관계도 풀렸다. 편향적인 친중 외교도 정상화했다. 경제의 경우, 기업 CEO 평가는 대체로 B 학점 이상으로 보도됐다. 탈(脫)탈원전, 강성 노조에 대한 원칙 대응, 규제 완화, 법인세·부동산세 감면 등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민생 개선과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오로지 폄훼할 뿐인 야권에 동조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소주성 프레임을 깨고 국정을 대전환했지만, 거대 야당이 장악한 국회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던 시간이었다. 정부 발의 법안 298건 중 국회 통과가 고작 34%인 103건이었다. 문 정부 때 발의 법안 71건 중 절반인 36건 처리와 대조된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내심이었다고 윤 대통령이 회고했을 정도다. 그래도 2년 차 국정까지 같은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 우회로를 찾든지, 국민 여론이나 설득을 통해 야당의 동참을 끌어내든지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내정이 막힌 상황에서 대외적으로도 격변기다. 단초는 바로 글로벌 공급망 개편이다. 가격이 기준이던 종래의 국제분업 질서는 이제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진영에 갇힌 중국·러시아 탓에 무용지물이 된 것처럼 자유무역협정(FTA), 세계무역기구(WTO)도 힘을 잃었다. 희토류 등 자원 국유화·무기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자유 진영에선 미국 중심의 가치동맹이 새 질서의 축이 되고 있다. 쿼드·오커스 등에도 무게가 실린다. 미국 우선주의 또한 분명한 상수다. 적어도 내년 11월 미 대선까지는 더 강화될 가능성이 짙다. 한국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엄중한 현실이다.

글로벌 경제의 새판 짜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당장 탈중국은 난제인 동시에 중국이 빠진 자리를 메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을 배제하는 미 인플레감축법(IRA)이 K-배터리의 입지를 넓혀주는 게 상징적이다. 기회를 살리려면 우리가 새 환경에 맞게 환골탈태해야 한다. AI시대에 걸맞게 기득권을 없애는 규제 개혁은 물론, 민간·시장 중심이라는 국정 철학에서 새 동력을 찾아야 한다. 친시장·친기업은 자유 진영에선 보편적이다. 미국부터 그렇다. 그런 점에서 여야 합의로 차등의결권이 도입된 것은 의미가 크다. 비상장 벤처·스타트업에 한정해 1주당 10개 의결권을 허용하는 등 제약이 많지만, 도입 자체가 진전이다. 향후 차등의결권을 상장 중소·중견·대기업으로 확대하면 ‘상속세 지옥’에 출구가 열릴 수 있다. 경영을 지속하려면 팔지도 못하는 상속 지분을 징벌적 상속·증여세를 피해 지킬 수 있게 하면 증시엔 잠재 매물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생기고, 상속 경영자들은 더욱 분발해 청년 일자리를 더 만들고, 더 많은 이익을 내 근로자들의 소득을 늘리고 세금도 더 많이 낼 것이다. 세금은 한 번으로 끝나지만, 지속 경영을 통한 고용·소득·세수 증대는 더 장기적이고 효율적이다.

획기적인 정책과 새 접근이 가능하도록 달라져야 한다. 그래야 도약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찔끔 개선되고 있을 뿐인 노동개혁과 정체에 빠진 연금·교육 개혁을 더 밀고 갈 동력도 생길 수 있다. 국정 쇄신을 위한 내각 개편은 그 출발점이다. 대통령실도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역대 좌파 진보 정권서도 필요할 때는 대통령에게 고언(苦言)했다. 민생이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과 공감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제부터는 ‘담대한 변화’를 넘어 ‘담대한 실천’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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