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부동산 규제’ 확 풀었지만...입법 표류 [윤대통령 취임 1년]
시장 경착륙 위기에서 벗어나
법개정안은 국회문턱에 막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간 부동산 정책 기조는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었다. 전임 정부가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과도하게 억죄였던 분양·대출·세금 등의 규제를 새정부는 출범과 함께 일관되게 걷어냈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가장 광범위하게 진행된 곳이 부동산정책이었다. 이처럼 발빠르게 규제 완화에 나선 덕에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위기는 피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그간 발표한 규제 완화안을 시행하기 위한 입법 완료, 지방 미분양 문제, 전세사기 대란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10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 정부는 세제와 대출 규제 등을 적극적으로 풀었다. 출범 직후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 배제했다. 이후 유예 조치를 내년 5월까지 1년 연장했다.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도 손질해 주택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낮추고, 일시적 2주택 등 주택 수 제외 특례를 신설해 세 부담을 줄였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도 내려 올해는 1주택자는 물론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까지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4·5·8면
아울러 생애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완화해 집값의 80%·최대 6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고, 무주택자 LTV 규제를 규제지역·주택가격에 관계없이 50%로 일원화했다. 규제지역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했고,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제한되는 기준선은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주택 구입과 ‘대출 갈아타기’를 원하는 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도 선보였다.
공급 물량 확대와 재건축 활성화에도 속도를 냈다. 8·16 대책을 통해 5년간 27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첫 주택공급 로드맵을 내놨고, ‘재건축 대못’으로 여겨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개편안도 제시했다.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은 구조안전성 점수 비중을 전체의 50%에서 30%로 문턱을 낮췄다.
올 들어선 1·3 대책을 통해 대출·실거주·전매제한 등 규제를 확 풀었다. 1·3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 3구·용산만 제외하고 모든 지역이 규제지역서 풀렸다.
이 같은 규제 완화책에 거래 절벽 일부 해소, 주요 지역 아파트값의 하락 폭을 둔화시키는 데 일정 부분 효과를 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은 침체 상황이다. 미분양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104호,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8650호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셋값이 급락하며 전세사기와 역전세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021년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4년치 인상분을 한 번에 받으려는 집주인이 늘며 전세 가격이 뛰었는데, 지난해부터 고금리, 시장 불황 여파로 전셋값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 시장 원리를 무시한 채 강행했던 임대차3법의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부동산 관련 최우선 과제로 그간 발표한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입법 완료를 꼽는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개편 관련 법 개정안, 실거주 의무 폐지를 위한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제도 완화 등도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도 여전히 상임위 논의 단계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여소야대 상황이지만 야당과 국민들을 설득해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가 이뤄지고 거래 활성화가 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계속 속도를 내야 한다”며 “이후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는 국가 경제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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