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처벌 만능 중처법의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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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계열사나 하청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해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 혐의로 그룹 회장을 기소하고, 법원에선 원청 대표이사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등 강경 처벌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A 그룹 회장은 "산업재해 예방에 기여하고자 안전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신경을 쓸수록 나도 중처법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이제 계열사 안전 문제는 계열사 대표이사에게만 맡길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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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계열사나 하청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해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 혐의로 그룹 회장을 기소하고, 법원에선 원청 대표이사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등 강경 처벌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안전사고 근절이란 취지와 달리 산업 현장에서는 정반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안전을 직접 챙기던 기업 오너들도 ‘중처법상 의무주체로 판단될 위험만 커진다’는 생각에 이제는 안전 관련 보고조차 받지 않으려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지난 3월 31일 의정부지검은 경기 양주시 채석장 사망사고와 관련해 삼표그룹 회장을 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사고 발생 계열사의 대표가 아니라 그룹 회장을 중처법상 의무주체로 판단해 경영계의 우려를 낳았다. 4월 6일에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이 중처법 판결 첫 사례였던 고양시 요양병원 증축 공사 하청업체 직원 추락사고와 관련해 원청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창원지법 마산지원이 철강제조 공장에서 방열판에 깔려 하청 근로자가 숨진 사고로 원청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경제계에 따르면, 검찰과 법원의 엄벌 기조는 산업계의 안전 경영 노력을 크게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건설업, 금융업 등을 하는 A 그룹 회장은 중처법 제정 이후 사업별 대표이사가 참여하는 안전경영위원회를 주재하고, 계열사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불시에 사업장을 방문해 대표이사의 보고를 받고 안전 관련 지시를 내려왔다. 그러나 그는 삼표그룹 회장 기소 이후로는 이런 활동을 하지 않는다. A 그룹 회장은 “산업재해 예방에 기여하고자 안전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신경을 쓸수록 나도 중처법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이제 계열사 안전 문제는 계열사 대표이사에게만 맡길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중처법 시행 이전에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화학제품 제조사 B 그룹 회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 법 시행 이후 안전·보건 관련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했다. 하지만 최근 판결을 보고 불안감이 생겼다. B 그룹은 중처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법의 테두리 밖에서’ 계열사를 지원할 방법을 찾고 있다.
제조·포장·유통업을 하는 C 그룹 회장은 모든 계열사가 매월 개최하는 안전점검의 날 행사에 정기적으로 참여해 왔다. 안전 관련 계열사별 대응 현황을 보고받고, 안전보건 조치 개선 등을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표그룹 회장 기소 후 이 그룹의 법무팀장은 “계열사에서 중대재해 발생 시 회장이 처벌 대상에 해당할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안전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여를 최소화해야 할 것 같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경영계는 이런 분위기가 갈수록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물론 회장이 직접 안전을 챙기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중처법상 의무주체에서 빠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하지만 사업장 안전을 위해 애써 봐야 별로 참작되지도 않고, 처벌받을 위험만 커진다면 안전에 신경을 쓸 유인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산재 예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처법 개정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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