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후에도 100억 모집"…3천억 투자사기범의 대담한 범행

손형주 2023. 5. 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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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투자금 '돌려막기'로 투자 유치…홍보기사로 속이기도
투자금 25%만 실제 투자…나머지는 부동산 구입 등 호화생활
불법 유사수신 기승(CG) [이미지 연합뉴스TV 제공]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포천에 큰 식물원도 운영하는 등 실력 있는 부동산 투자회사인줄만 알았는데…"

피해자만 3천명에 피해 금액만 3천억원에 달하는 '포천 부동산 투자 사기 사건'은 일명 '돌려막기' 수법으로 투자금을 모집해 서민들을 울린 전형적인 부동산 투자 사기 범행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건의 주범인 회장 부부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이후에도 100억이 넘는 투자금을 모집하는 등 대담한 사기 행각을 벌여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5년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은 60대 정모씨 부부는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A업체 회장과 임원을 맡고 있었다.

이들은 부동산 투자열풍이 시작됐던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했고 업체를 부동산 개발회사라고 소개했다.

투자자 사이에서 정씨는 회장님으로 불렸다.

3천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은 대부분 부산에 거주한 것으로 전해지며, 사기범들은 주로 중장년층의 노후자금을 노렸다.

이들은 "부실채권 매입과 부동산 매매와 개발을 주로 하는데 투자금을 맡기면 1년에 30%의 수익금을 보장한다"고 속이고 투자자를 모았다.

그리고 자신의 회사가 경기도 포천에서 부동산을 매입해 큰 수익을 거둬 들이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2019년 포천을 방문해 A업체가 소유한 부동산 등을 실물로 확인하고 투자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중 하나가 포천시에 위치한 유명 식물원인 P랜드였다.

당시 지역 언론 등지에는 P랜드가 포천시와 지역사회 상생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를 본 피해자들은 회사를 신뢰했다고 한다.

피해자 등에 따르면 A업체는 2019년초 포천에서 투자설명회를 열어 "포천은 기회의 땅"이라며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하지만 투자회사인줄 알았던 이 회사는 유사수신업체었고 회장 부부에게는 동종전과도 있었다.

1심 법원인 부산지법 동부지원 제1형사부가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이들 부부는 3천명이 넘는 피해자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했고 피해 금액이 3천억원을 넘지만, 부동산이나 부실채권 매입 등 수익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전체의 25%에도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약 6년 동안 이들이 부동산 등을 매입한 후 매각하여 실제 발생한 수익은 392억원가량에 불과했다.

투자금의 대부분은 대출이자, 모집책 급여, 기존 투자자에 대한 투자 원금 및 수익금 지급에 사용되면서 일명 '돌려막기' 방식으로 투자자를 계속 모집했다.

이들 부부는 투자금 중 일부를 개인과 가족 명의 계좌로 송금해 개인 명의 부동산을 매수하거나 고급 수입차를 구매해 타는 등 호화 생활을 했다.

또 이들은 2021년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받은 이후에도 100억이 이상의 신규 투자 금액을 모집했다고 법원이 인정했다.

대부분 피해자들은 2021년 중반 정씨 부부가 구속되고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된 이후에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자들은 사건이 규모에 비해서 이들의 범행이 사회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피해 규모가 늘었다고 주장한다.

A업체에서 피해자들에게 언론에 이 사건이 알려지면 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주장하며 언론에 제보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사실공표죄'를 우려한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언론 대응도 소극적이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부산경찰청이 한차례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였다.

한 피해자는 "2020년 말까지 업체가 부동산을 샀다고 연락해 사기 범행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서 피해자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단순히 투자가 잘 안되는 줄 알았지 계획된 사기 범행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들의 사업구조를 보면 애초에 원금과 약정 이익을 돌려줄 능력과 의사가 없었음에도 투자자를 모집해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투자금 변제의 의사 또는 능력이 없었음에도 고의로 피해자들의 투자금을 편취했다고 인정된다"며 "수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행된 이후에도 신규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 피해자는 "이 사건이 조금 더 빨리, 널리 알려졌더라도 추가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이후에도 100억이 넘는 투자 금액을 받았다는 사실을 선고 이후에나 알 수 있었다"고 눈물을 훔쳤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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