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가 한국 온 이유" 본격적인 실험대 펼친 아본단자 감독
(MHN스포츠 용인, 권수연 기자) 아시아 배구 지도를 시작한지 약 세 달 차에 접어들었다.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바쁘다.
지난 2월 18일, 흥국생명은 V-리그 여자부 최초로 유럽인 감독을 선임했다. 물론 배경은 썩 좋지 않다. 구단의 월권 논란과 더불어 권순찬 전 감독이 1월 초 급작스럽게 경질되며 선수단은 약 50일 가량을 '감독대행의 대행' 체제로 표류했다.
그 끝에 팀은 외국인 감독에 눈을 돌렸고, 마침내 마르첼로 아본단자(이탈리아) 감독이 비어있던 사령탑 자리를 메웠다.
아본단자 감독은 '배구황제' 김연경과의 인연으로 배구팬들에게 익히 알려져있다. 13-14시즌 튀르키예 리그 페네르바흐체를 맡아 당시 함께 했던 김연경과 리그 우승을 합작했다. 이후 10년이 지나 흥국생명에서 재회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 용인 훈련장에서 본지와 만난 아본단자 감독은 "(FA기간동안) 시스템이나 구단, 선수와 스탭들을 이해하고 더 적응하기 위해 시간을 더 많이 보냈다"며 비시즌 근황을 전했다. 또한 FA를 통해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수지를 영입하며 중원을 보강했다.
이번 비시즌은 '아본단자식' 배구를 장착하기 위한 본격적인 첫 실험대가 된다. 지난 3월 IBK기업은행전에서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뒤 그는 "내가 원하는 배구"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의 지도방식을 팀에 녹여 변화시킬 것을 예고한 것이다.
그는 "현재는 한 20% 정도 장착이 된 것 같다"면서도 "사실 어떤 팀이든 감독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마 내 스타일의 배구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1~2년 가량 걸릴 것이다"라고 털어놓았다. 또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본기는 "리시브 후 볼을 컨트롤하는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부분을 질문하는 과정에서 아본단자 감독과 약간의 소통 장애(?)가 생겼다. 앞서 지난 달, 챔피언결정전 5차전을 마칠 당시 그는 "한국 배구는 두 윙만이 공격을 하는 과거에 머무르는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앞서 인터뷰를 진행한 세터 이원정 역시 "감독님이 리베로를 제외하고 모든 선수들이 파이프 공격을 시도할 수 있게 준비를 시키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모든 공격수들이 파이프 준비를 하는 방식의 배구를 팀에 장착시키는데 어려움은 없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아본단자 감독은 초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해가 풀렸다. 그는 "(모든 공격수들의 공격 준비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본단자 감독은 "그런 방식을 장착시키기 위해 내가 한국에 온 것"이라고 밝히며 "우리 뿐만 아니라 모든 팀은 다섯명이 공격준비를 해야한다, 네트 모든 구역에 공격수들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 리그는 양쪽 윙 공격수 두 명이 그 역할을 다 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6라운드 현대건설전에서 치른 게임이 여태까지 했던 게임 중 가장 마음에 들었으며, 가장 내 아이디어에 근접했던 경기였다"고 전했다.
당시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로 치른 현대건설전에서는 김다솔, 정윤주, 박현주, 김다은 등 백업 선수들이 대거로 나서 17개의 후위득점을 만드는 인생경기를 펼쳤다. 특히 박현주가 25득점, 공격성공률 41.51%에 후위 득점으로만 8득점을 기록했다.
그의 눈으로 두 달간 지켜본 국내 리그 스타일은 어땠을까. 이에 대해 아본단자 감독은 "백어택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파워가 적다"며 "전술적으로 미들블로커를 활용해야 하는 타이밍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잘 되지 않았다, 사실 미들블로커 한 명이 부족하면 속공도 쓸 수 없다, 이건 국가적인 성향보다는 팀의 성향에 따라 다른데 백어택 사용이 잘 되면 사이드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짚었다.
별개로 한국에서의 생활은 가족 모두가 상당히 만족하며 지내는 중이다. 이 날 아내, 아이들과 함께 훈련장을 찾은 그는 "특히 아내가 한국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식사에 대해서는 "여기 면들은 왜 이렇게 국물이 많은가", "피자xx(특정 브랜드명)는 맛이 없다"며 급격하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함께 있던 통역은 "하루는 (아본단자 감독이) 마라탕 집에 가서 샐러드인 줄 알고 생으로 먹고는 계속해서 전화를 하셨다"는 에피소드와 더불어 "삼겹살, 소주나 치킨과 맥주를 특히 좋아하는데, 특히 소맥(소주+맥주)을 많이 드신다. 그리고 피자xx는 맛없다면서도 시켜드리면 아주 잘 드신다"고 살짝 귀띔했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첫 아시아쿼터제를 통해 일본-가나 혼혈 공격수인 레이나 토코쿠(일본)를 선발했다. 신장 177cm의 레이나 토코쿠는 아포짓스파이커와 아웃사이더 히터를 모두 소화 가능하다. 일본 1부리그 덴소 에어리비즈에서 2019-20시즌까지 활약한 바 있다.
아본단자 감독은 "레이나는 완성형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리시빙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용할 수 있고, 아웃사이드 히터로도 활용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일단 리시브가 된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라며 "다음 시즌에는 좀 더 다양한 포메이션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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