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지나다 쇳덩이에 쾅!…"사고 관련 없다"던 동문건설 피해 보상한 이유

"우리 현장 구조물 아니지만…도의적 보상 결정"

경기도 파주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앞을 지나던 차량 위로 철제 고리가 날아와 앞 유리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건설현장의 시공사는 도의적 차원에서 차주에게 수리비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파주=최지혜 기자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아파트 공사현장 옆 도로를 주행하던 차량에 철제 고리가 날아와 피해를 입은 차주에게 건설사가 수리비를 지급했다. 피해 차량의 앞유리를 손상시킨 철제 고리는 도로 위에 산재돼 있다가 맞은편 차로를 지나던 차량이 밟아 튕겨진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는 공사장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면서도 도의적 차원에서 피해 차량을 수리해 주기로 했다.

10일 동문건설이 시공하는 경기도 파주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공무 담당자는 현장을 방문한 <더팩트> 기자에게 "CCTV와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해 맞은편 차선을 주행하던 차량이 해당 철제 고리를 밟아 사고가 난 것을 확인했다"며 "피해 차주도 이번 사고가 공사장과 관련 없음을 인정했으나, 현장 앞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 차원에서 수리비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동문건설 관계자는 "파주 일대에 운정 신도시가 조성되고 있어 대규모 시공 현장이 많아 어느 현장의 차량에서 떨어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량으로 날아온 철제 고리는 건설 현장에서 도로로 물체를 인양할 때 사용되는 구조물로 추정된다. 수도권의 한 시공 현장 관리자는 "창틀이나 유리를 인양할 때 사용되는 윈치차량이나 갱폼(대형 거푸집) 인양 등에 사용되는 차량에서 떨어진 구조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크기가 작은 것으로 미뤄보면, 공중에서 사용되는 것이 아닌 차량 크레인에 사용되는 고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5일 교통사고 전문 유튜브 채널 '한문철TV'를 통해 알려졌다. 해당 영상은 '철제 고리가 떨어져 유리창이 박살났어요. 00아파트, 쿨하게 책임져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게재되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당초 차주는 한문철TV 제보를 통해 시공 현장에서 구조물이 추락한 것이라 주장했다. 제보에는 "경찰서에서는 아파트 현장에서 낙하물을 인정해야 한다는데, 아파트 현장에서는 자기네 물품이 아니라고 발뺌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가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개인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서 제보자의 영상을 두고 시청자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유튜브 '한문철TV' 캡쳐

영상에 등장한 한문철 교통전문 변호사는 시공사의 책임 여부를 두고 시청자를 대상으로 실시간 투표도 진행했다. 투표 결과 투표자의 98%가 '아파트가 쿨하게 책임져라'를 선택했고, 나머지 2%만 '우리꺼 아니라고 끝까지 우겨라'를 꼽았다.

다만 제보에 사용된 블랙박스 영상과 CCTV 등을 토대로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피해를 유발한 고리는 도로 위에 산재돼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문건설 측은 해당 고리가 공사 현장에서 사용되는 물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에 피해 차주 역시 시공사의 책임이 아니라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한문철TV측에 대한 법적 대응도 논의했으나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동문건설 관계자는 "사건의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 현장의 낙하물임을 기정사실화해 방송한 점에 대해 한문철TV측에 유감을 전했다"며 "제보자인 차주도 이번 피해의 책임이 시공사에 있지 않음을 인정한 만큼, 영상도 자발적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제보자의 합의에 따라 영상을 내릴지 등을 묻기 위해 한문철TV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해당 영상은 현재(10일 오전 11시35분 기준)도 '한문철TV'에 게재돼 있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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