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시인’이 흩뿌린 ‘잉크’…무용과 퍼포먼스의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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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아테네 올림픽은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당시 개·폐막식 총연출이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59). '무대 위의 시인'으로 불리는 그가 신작 '잉크'를 들고 내한해 오는 12∼1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그래서 얻은 별칭이 '무대 위의 시인'.
하지만 점점 춤과 무대, 퍼포먼스에 빠져들었고 공연예술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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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폐막식 총연출한 전방위 예술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은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의 발상지 그리스에서 108년 만에 다시 열린 대회였기 때문이다. 빛과 물을 소재로 그리스 신화를 구현한 초현실적 개막식에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어둠을 뚫고 나타난 혜성은 하얀빛을 뿌렸고, 조명이 켜지자 스타디움 바닥은 호수로 변했다. 한 어린이가 커다란 종이배를 타고 들어서는 장면은 특히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개·폐막식 총연출이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59). ‘무대 위의 시인’으로 불리는 그가 신작 ‘잉크’를 들고 내한해 오는 12∼1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2017년 ‘위대한 조련사’ 이후 6년 만의 내한 공연이다.
“대사가 없으니 연극은 아니고, 동작을 안무로 짠 것도 아니어서 무용이라 하기도 어려워요. 무용과 연극과 퍼포먼스 예술의 하이브리드라고 할까요.” 9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이번 작품을 특정 장르로 분류하긴 어렵다고 했다. “제가 고안해낸 장르라고 할까요. 연극과 안무 사이 어딘가에서 길을 찾아 만들었어요.” 이번 작품 ‘잉크’는 은유와 원초적 관능, 고뇌로 가득한 ‘2인극’이다. 우주의 기원인 물에 인간 신체를 결부시켜 신비롭고 몽환적인 무대를 펼쳐낸다.
그는 비틀고 변형한 인체에 시각예술을 결합해 한 편의 시나 추상화를 보는 듯한 독특한 미감을 선보였다. 한번 보면 잊히지 않는 강렬한 잔상을 남기는 작품들이었다. 그래서 얻은 별칭이 ‘무대 위의 시인’. “뭔가 행동하려는 내 의도를 보여주는 별칭이죠. 시인의 어원은 ‘하다’예요. 뭔가 행동하는 사람이 시인인 거죠.” 그는 자신을 ‘행동하는 시인’이라고 칭했다.
이번 작품 ‘잉크’에서도 물과 빛이 빠지지 않는다. “물은 모든 걸 변화시키고 용해하죠. 물이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것도 좋아해요. 무대에 물이 있으면 부정할 수 없는 리얼리티를 주거든요. 여러 은유적 해석도 가능하고요.” 그는 “작품의 상징이나 서사를 설명하면 관객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의존할 우려가 있다”며 상세한 해설을 주저했다. 그러면서도 ‘사냥꾼, 아버지, 인간의 욕망, 어둠에 대한 서사’가 들어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2020년 이탈리아에서 초연한 ‘잉크’에선 에스에프(SF) 공포영화, 베트남전쟁으로 숨진 태아, 일본 춘화 속 문어 형상, 그리스 신화에서 아들을 잡아먹는 크로노스 등 다채로운 이미지가 등장한다.
출발점은 미술이었고, 만화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하지만 점점 춤과 무대, 퍼포먼스에 빠져들었고 공연예술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나갔다. “인간의 신체 표현에 대한 갈증에서 춤을 배웠는데 곧 춤의 매력에 빠지게 됐어요. 항상 화가의 눈으로 무대미술을 한다고 생각했지요. 저는 캔버스와 종이 위의 화가보다 무대 위에서 더 좋은 화가라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그는 “공연예술은 다른 예술가들과 소통, 협업하지 않을 수 없는 분야”라며 “공연예술을 통해 동시대 동료, 시민들과 접촉을 할 수 있다는 저에겐 무척 중요했다”고 했다.
제목인 ‘잉크’는 공연 중에 등장하는 문어에서 유래했다. 파파이오아누는 “내 작품의 제목을 지어주는 친구가 떠올린 것”이라며 “문어의 먹물이 인간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처럼, 신체를 변형해 정신적인 것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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