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 챙기고, 자전거 타고, 지구 위한 ‘작은 실천’...전파되는 순간 온다” [H.eco포럼 2023]

2023. 5. 1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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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기후행동 친선대사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
기후·제로웨이스트 환경 이슈 해결 앞장
미디어 책임감 중요...환경 공감도 높여야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가 4일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한 날씨’가 관측됐다. 3월 말 대한민국 서울에서는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22년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빠른 벚꽃이 피었다.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은 벌써부터 스페인을 덮쳤다. 이는 평년보다 10~15도 높은 무더위다. “인류는 살얼음 위에 서 있고, 얼음은 빠르게 녹고 있다.” 3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종합 보고서 공개 기자회견에 나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엄중하게 경고했다.

‘통제 불능’ 경고등이 켜진 기후위기 시대에서 분리수거를 하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개인의 ‘작은 실천’은 어쩌면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행동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36·벨기에)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결코 사소하지 않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환경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사람들이 내 주위를 감싸면, 환경에 별 관심이 없었더라도 그 영향을 받게 돼요. 환경문제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이 사회에 10%를 넘어서면 관련 논의나 시스템 변화 속도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급변점)를 맞게 될 겁니다.” 지구환경을 위한 내 작은 행동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파되는 순간이 분명 오기 때문에,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는 설명이다.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가 4일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줄리안은 2016년 유럽연합(EU) 기후행동 친선대사를 맡으며 기후위기, 제로웨이스트, 비건, 채식 등 다양한 환경 이슈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텀블러를 챙기고, 자전거를 타고, 채식 요리를 해먹고 있다. 주기적으로 플로깅(쓰레기 줍기) 활동도 한다. 22일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 가게이자 비건 베이커리 카페인 ‘노노멀’ 매장 오픈도 앞두고 있다.

그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고 채식을 지향하게 된 계기는 10여년 전에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 영화 때문이었다. 영화 제목은 코지마 단노리트세르 감독의 ‘전구 음모이론’으로, 줄리안은 영화를 보고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기업들이 일부러 고장이 나도록 제품 수명을 줄이고 있었어요. ‘계획적 노후화’인데, 전구가 시작이었죠. 1920년대만 해도 전구 수명은 2500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제조사들이 담합해 전구 수명을 1000시간으로 줄였어요.”

‘비즈니스의 비극’을 막기 위한 기업들로 인해 현대인에게 소비는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 됐다. 하지만 줄리안은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기로 했다. 그는 꼭 필요하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줄리안은 “제게 기프티콘으로 선물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다. 참 감사하지만, 사실 쌓이는 쓰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컸다”라며 “지금은 선물 대신 ‘좋은 곳에 기부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기후위기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광고나 예능 프로그램 제안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가 4일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최근 줄리안의 시각을 뒤바꿔 놓은 다큐멘터리 영화는 또 있다. 올해 2월에 개봉한 루이 시호요스 감독의 ‘더 게임 체인저스’다. 그는 “환경을 위해서 고기 먹는 걸 줄여야 하지만, 몸을 크고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닭가슴살 섭취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런데 제가 알고 있던 정보가 틀렸다. 실제로 많은 운동선수들이 채식 식단으로도 훌륭한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유·계란을 시작으로 어류를 먹지 않았던 줄리안은 얼마 전부터 본격적으로 육류 섭취를 끊었다. 다만 그는 “저도 완벽하지 않다”라며 “알고 있는 선에서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으로 찾아 나서는 과정에 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줄리안은 “미디어의 책임감이 정말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기후난민(3260만명)이 전쟁난민(2830만명)보다 더 많다”라며 “기후위기가 일상적인 재난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미디어가 더 진심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줄리안은 오는 2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3회 ‘H.eco포럼’(헤럴드환경포럼)에 모더레이터와 패널로 참여, 환경 위기 극복을 위한 공존과 연대를 주제로 한 토크 세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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