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증권사 기업 실적 전망…투자자 '부글부글' [금융가 인사이드]

조슬기 기자 2023. 5. 1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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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내놓는 종목분석 보고서는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공신력이 뒷받침된 투자 교본이다 보니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가 내놓는 종목분석 리포트를 근거로 기업의 주식을 사고파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러나 보고서의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최근 그러한 일이 증권가에서 일어났습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빗나간 실적 전망 보고서로 해당 기업으로부터 반발을 사는 것은 물론 투자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주인공은 반도체 제조용 감광액(PR:포토레지스트) 제조업체 동진쎄미켐인데요. 일본이 지난 2019년 시행한 대한민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품목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입니다.

문제의 발단은 NH투자증권이 지난 3월 초 발간한 동진쎄미켐에 대한 종목분석 리포트였는데요. 당시 NH증권은 동진쎄미켐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21%, 44%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감산에 따른 충격파가 닥칠 것이란 전망에 따라 동진쎄미켐의 주력 제품인 KrF(불화크립톤) 포토레지스트(PR) 출하량도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가 나온 직후 동진쎄미켐 주가는 급락했는데요. 회사 측은 곧바로 보고서 내용이 잘못됐다며 반박했습니다. NH증권 예상대로 1분기 실적이 지난해 4분기보다는 줄어들 수는 있지만 급감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당시 주가 급락 직격탄을 맞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NH증권이 동진쎄미켐 주가를 끌어내려 공매도로 수익을 내려고 이 같은 보고서를 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두 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고 동진쎄미켐이 1분기 실적을 내놨는데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12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471억원)보다 8.7% 증가했고, 매출도 3천481억원에서 3천450억원으로 0.9%, 당기 순이익도 9.19% 증가했습니다. 

특히,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서는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11.9%, 7.6% 감소한 반면 당기순이익은 54.6% 증가해 NH증권의 실적 전망이 완전히 빗나간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양호한 1분기 실적 전망이 나오자 바닥을 기던 주가는 이날 7% 넘게 급등 마감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NH증권이 잘못된 분석으로 멀쩡한 회사 주가를 끌어내렸다며 목소리를 재차 높였습니다. 

그러나 양호한 1분기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NH증권은 다음날 동진쎄미켐에 대한 1분기 실적 리뷰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업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인색한 평을 거듭 내놨는데요. 

공교롭게도 다음달 동진쎄미켐 주가는 전날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고스란히 반납하며 하락 마감했습니다. 그러자 개인 투자자들은 NH증권이 또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데 앞장섰다며 비난 공세를 이어갔는데요. 

실제로 동진쎄미캠 공매도 대금이 양호한 실적을 내놓은 전날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한 25%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쏟아낸 비난이 나름 일리가 있다는 증권가의 평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결국 동진쎄미켐은 한국거래소로부터 전날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돼 이날 하루 공매도 거래가 금지됐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 신뢰도 저하 문제가 꾸준히 지적받고 마당에 NH증권이 빗나간 실적 전망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불신을 자초했다"며 "이번 동진쎄미켐 사례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내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계기로 작용할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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