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겪은 할매들이 꾹꾹 써내려간 ‘칠곡할매글꼴’…우크라에 평화 메시지 전해
“내가 아흔이 다 된 너무 늙은 할매라서 돈도 없고 돕지 못해 미안합니다. 그래도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오길 빌고 있어요.”(추유을 할머니)
한국전쟁을 겪은 경북 칠곡군 할머니들이 쓴 반전 메시지가 칠곡할매글꼴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전달된다.
칠곡군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일흔이 넘어 한글을 깨친 칠곡군 할머니 50여명이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염원하는 글을 작성해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보낼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할머니들은 지난주부터 마을 경로당에 모여 전쟁의 고통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연필을 잡고 꾹꾹 눌러 편지를 썼다. 이 편지들은 영어 번역에 이어 칠곡할매글꼴 영문 글씨체를 활용해 서책으로 제작된다.
칠곡할매글꼴은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배운 다섯명의 칠곡 할머니가 수없이 연습한 끝에 제작한 글씨체(5종)로 2020년 한글과 영문으로 출시됐다. 이 글꼴은 지난해 한컴오피스와 MS오피스 프로그램에 정식 탑재됐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칠곡할매글꼴을 휴대용 저장장치(USB)에 담아 유물로 영구 보존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 글씨체로 올해 각계 원로와 주요 인사 등에게 연하장을 썼다.
영어를 배운 적이 없는 할머니들은 가족과 성인문해강사의 손을 잡고 그림 그리듯 알파벳을 그려가며 칠곡할매글꼴 영문 글씨체를 완성했다.
할머니들은 나이와 경제적 상황으로 우크라이나를 돕지 못하고,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가 받았던 도움만큼 베풀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전쟁으로 두려움에 떨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응원하기도 했다
장말병 할머니(92)는 “전쟁으로 살고 있던 집이 불타 밤새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꿈만은 불타지 않길 바란다” 고 말했다.
이에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관계자는 “전쟁의 아픔을 잘 알고 있는 할머니들로부터 큰 위로와 용기를 얻고 있다”며 “서책을 받게 되면 본국으로 보내 국민과 함께 희망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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