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 신화·H.O.T.→인피니트, 화제의 ‘상표권’이 뭐기에[SS연예프리즘]

조은별 2023. 5. 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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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인피니트.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데뷔 때부터 한결같이 팀과 멤버들에 대한 애정이 많으셨던 이중엽 대표님이 우리의 앞날을 응원하며 흔쾌히 인피니트를 비롯한 모든 상표권을 선물해주셨다.”(인피니트 김성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가수들이 넘쳐나는 시대, 이중엽(49) 울림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자신이 제작한 2세대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모든 상표권을 멤버들에게 무상 양도한 사실이 9일 스포츠서울 단독보도([단독] 인피니트 아버지 울림 이중엽 대표, 조건없이 ‘인피니트’ 상표권 양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가요계와 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간 상표권 사용을 놓고 가수와 제작자가 첨예한 갈등을 빚다 소송, 또는 개명의 길을 택했던 한국 가요계에서 보기 드문 훈훈한 사례라 대다수 가요관계자들 역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취재에 따르면 이 대표는 리더 김성규의 생일(4월28일) 선물로 ‘인피니트 상표권 무상양도’를 선물했다. 상표권 등록 조회서비스인 키프리스 조회 결과, 2010년 울림엔터테인먼트가 상표권을 출원한 ‘인피니트’는 2023년 4월 21일자로 김성규가 대표인 인피니트컴퍼니에 모든 권리가 이전 등록됐다.

이에 따라 인피니트 멤버 김성규, 장동우, 남우현, 이성열, 엘, 이성종 등 6명은 추후 인피니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은 물론 콘서트 때 옛 히트곡을 부르거나, 관련 굿즈를 생산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외에도 인피니트의 팬덤 ‘인스피릿’, 인피니트 팬미팅 브랜드인 ‘무한대집회’와 관련한 상표권까지 김성규를 비롯한 멤버들에게 조건 없이 넘겼다. 그야말로 액수를 가늠할 수 없는 통 큰 생일 선물이다.

K팝 상표권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법원까지 간 ‘H.O.T’ 사례


2018년 열린 콘서트 ‘포에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 제공 | 솔트이노베이션

상표권은 등록상표를 지정상품에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K팝 기획사들이 표준계약 기간 7년을 채운 뒤 독립하는 아이돌 그룹과 ‘상표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 건 상표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K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팬덤과 관련된 수입이 증대하면서 상표권 문제는 더욱 첨예한 이슈로 떠올랐다. 팀명은 물론, 장시간 팀과 호흡한 팬덤명, 콘서트 브랜드, 멤버들의 사진 등 다양한 상표권이 K팝 기획사의 주요 자산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그룹 ‘H.O.T.’다. 지난 2018년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이들의 첫 재결합 콘서트는 ‘H.O.T.’ 상표권을 가진 전 SM엔터테인먼트 대표 김모 씨의 소송으로 법정까지 갔다. 당시 김씨는 H.O.T.가 상업적인 콘서트를 개최할 경우 국제 기준에 준하는 로열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H.O.T.는 콘서트명을 ‘2018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 콘서트’(2018 Forever High-five Of Teenagers’)로 변경하고 홍보문구 및 포스터에도 H.O.T라는 명칙과 공식로고 사용을 중단했다. 멤버들의 사진도 일러스트로 대체했고 ‘클럽 H.O.T’ 우비 등 공식 굿즈 제작 및 판매도 무산됐다.

그러나 김씨는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변경한 공연을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진행하자 “H.O.T.라는 상표권이 직·간접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이 역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H.O.T.라는 상표권 침해를 막는 것이 목적”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2민사부(합의)는 김씨가 제기한 상표권 침해 금지 민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김씨는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이를 기각했다. 결국 김씨는 상고장을 제출, 대법원의 판결을 받을 전망이다.

그룹 신화. 제공|신화컴퍼니


그룹 신화 역시 ‘신화’ 상표권을 가지고 있던 준미디어(구 오픈월드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상표권 양도소송을 제기, 그룹명을 되찾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룹 티아라도 전 소속사 MBK엔터테인먼트가 2017년 계약만료 3일 전에 ‘티아라 T-ARA’ 상표권을 출원하자 특허청에 정보제출서를 내 팀명을 지켰다.

당시 특허청은 “‘티아라’는 널리 알려진 저명한 연예인 그룹 명칭을 소속사에서 출원한 경우에 해당되는 상표이므로 상표법 제34조 1항 제6호(현존하는 저명한 타인의 성명)에 해당하여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브레이브걸스가 지난해 3월 서울 목동 로운아트홀에서 열린 미니 6집 ‘땡큐’(THANK YOU)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하지만 하이라이트(구 비스트), 브브걸(구 브레이브걸스)처럼 아예 ‘개명’을 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소송까지 긴 시간 전 소속사와 싸워야 하고 그 기간 동안 옛 팀명을 사용하지 못해 팬덤의 결속력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K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산업인 만큼 이제 기획사의 상표권 권리 주장에서 벗어나 멤버와 기획사가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법률전문가는 “초창기 상표권 등록 시 멤버들의 이름을 함께 등재하고 팀에 불이익을 끼치거나 탈퇴 시 상표권에 대한 권리를 말소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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