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中 일대일로'에서 마음 떴나?…"美에 탈퇴 의사 전달"

정혜인 기자 2023. 5. 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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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가 미국 측에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중단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 중 중국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유일한 국가다.

회담 참석자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매카시 의장에게 일대일로 사업 중단 관련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해당 협정 탈퇴를 선호하고 있다며 미국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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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총리, 美하원의장과 회담서 탈퇴 신호 보내"…
중국의 경제 보복 우려해 공식 발표까지는 시간 걸릴 듯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사진=블룸버그

이탈리아 정부가 미국 측에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중단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 중 중국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유일한 국가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주 로마에서 가진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과 회담에서 중국과 맺은 일대일로 투자 협정을 올해 말까지 탈퇴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회담 참석자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매카시 의장에게 일대일로 사업 중단 관련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해당 협정 탈퇴를 선호하고 있다며 미국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이탈리아는 주세페 콘테 총리 시절인 지난 2019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중국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했다. 두 정상은 당시 에너지·항만·항공우주 등 분야에서 민·관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해당 MOU는 5년 단위로 갱신할 수 있어, 이탈리아 총리가 이를 취소하지 않으면 2024년 자동 연장된다.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사업 참여 중단 전망은 지난해 '반중 성향'인 멜로니 총리 취임 전부터 제기됐었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최근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멜로니 총리는 취임 이후 유럽연합(EU) 안보, 경제 문제 등을 고려해 중국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다른 유럽 국가가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 산업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각종 정책을 추진하며 중국에 대한 견제 행보를 심화하자 이탈리아도 이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미국은 이탈리아가 이 문제(중국 견제)에 대한 공개적인 입장을 취하고 (일대일로) 협정을 폐기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2019년 3월 23일(현지시간) 주세페 콘테(오른쪽) 당시 이탈리아 총리가 이탈리아를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와 악수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탈리아가 대만과의 반도체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도 일대일로 탈퇴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다. 이탈리아는 독일과 함께 자동차 제조 강국으로 반도체 수요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 능력이 부족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이자 대만 대표 반도체업체인 TSMC 등과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TSMC는 지난해 유럽 내 첫 생산공장 건설 후보지로 이탈리아를 고려하기도 했다.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협정 철회로 방침을 굳혔지만,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우려해 공식적인 발표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소식통은 "이탈리아 외교 고문들은 여전히 협정 철회 결정의 세부 사항과 공식 발표 시기를 논의하고 있다"며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 열리는 G7 정상회의 전까지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중국은 EU를 제외하고 미국 다음으로 이탈리아의 큰 교역 상대국으로, 지난해 이탈리아의 대중 수출액은 185억달러(약 24조5032억원)에 달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이탈리아 타이어업체 피렐리 관련 정부의 행정권한 사용 여부로 일대일로에 대한 멜로니 총리의 최종 입장을 추측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탈리아 정부는 현재 피렐리의 최대 주주인 중국 시노켐홀딩스의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한 행정권한 사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관련 결정은 이달 말에 이뤄질 예정으로, 한 관계자는 "일대일로 사업 중단이 최종 결정되면 정부는 시노켐 역할에 대해 보다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대일로 탈퇴 발표 전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자 행정권한 미사용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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