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건축왕’에 범죄단체조직죄 첫 적용
피해도 533가구에 430억원으로 늘어나
경찰이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를 주도한 이른바 ‘건축왕’에게 조직폭력배들에게 적용하는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전세사기범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남씨(61) 등 18명을 검찰에 11일 송치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남씨는 지난 2월 사기 혐의로 구속돼 2차례 재판을 받았다.
경찰은 또 남씨 일당 61명 중 검찰에 송치하지 않은 51명도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11일 송치할 예정이다.
인천과 경기 등에 아파트와 빌라 등 2700여채를 소유한 남씨는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에서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533가구의 전세보증금 430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2월 남씨를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할 때 세입자 161가구의 전세보증금 125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추가 조사를 벌여 371가구에 305억원의 피해가 더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은 987명이 800억원의 피해를 봤다며 남씨를 고소한 만큼 3차 조사가 끝나면 최종 피해 금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남씨 일당이 신탁부동산을 소유자 동의 없이 임대한 뒤 보증금을 가로챈 신탁 사기 혐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조만간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남씨 일당 61명 중 가담 정도가 심한 공인중개사 6명과 중개보조원 등 18명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경찰과 검찰은 건물주인 남씨가 2010년부터 중개팀과 주택관리팀, 기획공무팀 등을 두고 중개팀 소속인 공인중개사들에게는 급여와 계약체결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조직적·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남씨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한 것은 같은 목적을 갖고, 각자 맡은 역할을 분담하는 등 조직적·계획적으로 전세사기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남씨 일당의 범죄수익을 묶어두기 위해 기소 전 추징보전도 신청할 방침이다. 인천경찰청 범죄수익수사팀은 남씨가 소유한 부동산과 예금, 주식 등 범죄수익을 찾고 있다. 재판부가 A씨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인정하면 이미 2건 이상 범행을 한 남씨에게는 최대 징역 15년을 선고할 수 있다. 또 혐의가 함께 적용된 나머지 공범 17명도 같은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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