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암석 피해라"⋯스위스 산간 마을에 집단 대피령
지질학적 위험·지구 온난화 영향
200만㎥ 크기의 거대한 암석이 스위스의 한 작은 산간 마을을 덮칠 것이라는 경보가 발령돼 마을 주민들이 대피를 앞두고 있습니다.
어제(9일, 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전 스위스 동부 그라우뷘덴 지역에 있는 브리엔츠 마을 주민 약 70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현지 당국은 200만㎡ 크기의 암석이 앞으로 7∼24일 안에 산에서 떨어져나와 마을을 덮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이 마을이 지질학적으로 위험하다는 예측이 있었습니다. 마을이 있는 땅 자체가 계곡을 향해 침하 중이기 때문에 건물들 곳곳에 금이 가거나 교회의 첨탑이 기우는 일도 있었습니다.
지질학자들은 뒷산 암벽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으며 올 한해엔 32m 미끄러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간 안정화 작업으로 인해 붕괴가 늦춰질 수 있다는 예측도 존재했지만, 이번에는 마을 뒷산이 쪼개졌습니다. 그 속도는 그 예상보다 더 빨랐습니다.
당초 올해 여름쯤 대피령을 내릴 계획이던 현지 당국도 '즉각 대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대피 주민 대부분은 스키 시즌 전이라 아직 빈방이 많은 렌처하이데 리조트 등 인근 마을에서 거처를 제공받게 됐습니다. 현재 브리엔츠 내에 사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진입할 수 없으며 마을 사람들은 늦어도 12일까지는 마을 밖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앞서 이 마을이 있는 그라우뷘덴 지역은 앞서 2017년 '규모 3' 지진에 맞먹는 대형 산사태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해발 3천300m가 넘는 인근 봉우리에서 400만㎡에 달하는 바윗덩이와 토사가 흘러내려 가옥과 축사 수십 채가 파손됐고 주민 8명이 숨졌습니다.
붕괴를 앞당긴 원인으로 BBC는 스위스 알파인 지역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빙하가 줄어들고 고산지대의 영구동토층이 녹아버리면 지반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갑작스럽게 경보가 발령돼 당황스럽다"라며 "우리는 모두 시간이 더 많이 남았을 줄 알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승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leesjee20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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