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 유전자 억제하는 범용 기술 개발…합성생물학 생산량 최대 5배 늘린다

이병철 기자 2023. 5. 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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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박테리아의 종(種)과 관계 없이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했다.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박테리아의 유전자 발현을 억제해 합성생물학 분야의 산업 생산량을 늘리고, 병원균의 항생제 내성을 줄일 수 있는 도구를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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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연구진
KAIST 연구진이 박테리아의 유전자 발현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sRNA 기술을 개발했다. sRNA가 단백질을 만드는 mRNA에 결합해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원리로, 합성생물학 산업에서 활용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국내 연구진이 박테리아의 종(種)과 관계 없이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했다. 미생물을 이용해 필요한 물질을 만드는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활용 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박테리아의 유전자 발현을 억제해 합성생물학 분야의 산업 생산량을 늘리고, 병원균의 항생제 내성을 줄일 수 있는 도구를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소형 리보핵산(small RNA·sRNA)은 박테리아의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물질로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메신저RNA(mRNA)와 결합해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게 한다. 유전자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필요한 시기에만 효과적으로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할 수 있어 박테리아의 대사를 활용해 유용한 물질을 만드는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활용 가치가 높은 기술로 평가받는다.

다만 기존 sRNA는 일부 박테리아에서만 활용할 수 있어 합성생물학 산업에서 활용 가치가 큰 고초균이나 코리네박테리움 같은 박테리아에는 적용이 어려웠다.

KAIST 연구진은 기존 sRNA를 대신해 대부분의 박테리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sRNA를 찾았다. 미생물 데이터베이스에서 2160종의 박테리아 중 44종이 sRNA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중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6종의 sRNA 시스템을 실험해 고초균이 만드는 sRNA가 최대 64.6%로 유전자 억제 능력이 가장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고초균의 sRNA에 ‘광범위 미생물 적용 sRNA(BHR-sRNA)’라는 이름을 붙이고, 비슷한 기능을 하는 크리스퍼 간섭(CRISPRi) 기술과 성능을 비교했다. 크리스퍼 간섭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 유전제 억제 도구로, DNA를 절단하는 기존의 기능 대신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

비교 결과 크리스퍼 간섭은 거대한 단백질을 활용해야 해 박테리아의 성장을 막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sRNA를 활용했을 때는 유전자를 억제하는 것은 물론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16종의 박테리아에서 sRNA가 작동하는지 확인한 실험에서도 15종의 박테리아에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번에 개발된 sRNA는 병원균의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적으로 유용한 물질을 만드는 박테리아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피부 감염을 일으키는 표피포도상 구균에 활용했을 때 항생제 내성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인 생물막의 형성이 73% 감소했고, 폐렴을 일으키는 폐렴막대균에서는 항생제 내성이 58%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산업용 박테리아에 활용했을 때는 폴리아마이드 고분자의 원재료인 발레로락탐의 생산량이 최대 25%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천연염료인 인디고이딘은 최대 5배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다.

이상엽 특훈교수는 “기존에는 각각의 박테리아마다 유전자 억제 도구를 새로 개발해야 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다양한 박테리아에서 범용으로 작동하는 도구를 개발했다”며 “앞으로 합성생물학과 대사공학, 그리고 병원균 대응 연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지난달 24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Nature Communications,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3-38119-y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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