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멍에’ 벗은 쿠팡, 연간 흑자 신호탄 쐈다…‘이마롯쿠’ 패권 경쟁 본격화
멤버십 확장 속 활성 고객 확보
신세계·롯데도 충성 고객 유치전
김범석 “멤버십 지구상 최고로”
쿠팡이 올해 1분기에도 외형 성장과 흑자를 이루며 사상 첫 연간 흑자 신호탄을 쐈다. 작년 3분기 분기 흑자 전환 후 4분기까지 연속을 흑자를 냈지만, 연간 기준으론 적자였다. 올해 이마트와 롯데쇼핑으로 대표되는 유통 강자와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 ‘만년 적자’ 넘은 쿠팡, 3개 분기 연속 흑자
9일(현지 시각) 쿠팡(쿠팡Inc)은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열고 올해 1분기 매출이 58억53만 달러(7조3990억원·분기 환율 1275.58원)로 지난해 1분기 51억1668만 달러와 비교해 13% 늘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억677만 달러(약 1363억원)로 흑자 전환했다.
매출 7조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여기에 쿠팡은 3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특히 지난해 3분기 7742억만 달러였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8340만 달러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만 해도 전 분기 대비 약 2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올해 1분기 유통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고객 경험과 운영의 탁월성에 집중해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로켓배송을 늘리고, 운영 효율을 올려 상품 가격을 올리거나 혜택을 축소하지 않고도 마진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2014년 로켓배송을 선보인 쿠팡은 그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적자를 기록해 왔다. 전날 밤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 날 문 앞에 배송하는 익일 배송 서비스의 전국 확장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계속한 탓이다. 지난해까지 6조원 넘는 누적 적자에도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고 했다.
쿠팡은 올해 1분기 흑자를 시작으로 쿠팡은 올해 사상 첫 연간 흑자 달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활성 고객 수가 늘고, 신사업 부문 실적이 개선되는 등 대부분 지표가 안정적 성장을 담보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흑자에도 연간 기준 적자를 기록했다.
◇ 활성 고객만 1900만 명…잉여현금흐름도 흑자 전환
당장 쿠팡의 활성 고객(분기에 제품을 한 번이라도 구매한 고객)이 늘면서 쿠팡의 호실적을 이끌고 있다. 쿠팡의 활성 고객은 종전 1800만여명에서 지난 1분기 1900만 명으로 100만 명 늘었다. 로켓배송 상품군을 꾸준히 늘린 데 더해 유료 멤버십인 ‘와우’ 혜택을 늘린 영향이다.
쿠팡은 로켓배송 무료배송 정도에 그쳤던 와우 멤버십 혜택을 로켓직구 무료배송, 30일 무료 반품, 전용 할인 쿠폰, 새벽배송,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 플레이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이츠에도 멤버십 할인 혜택을 적용하고 나섰다.
멤버십은 쿠팡의 고객을 쿠팡 안에 가두는 효과를 내며 쿠팡플레이·쿠팡이츠·해외사업·핀테크 등 신사업 부문 적자를 개선하는 효과도 냈다. 김범석 창업자는 “고객 증가 추세가 다시 본격화됐다”면서 “1인당 고객 매출도 305달러(38만9050원)로 8% 늘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쿠팡의 상품군 확장이 멤버십과 맞물리며 상승효과를 냈다. 쿠팡은 오픈마켓 판매자가 상품을 입고하면 로켓배송, 재고관리, 포장 등을 대행하는 ‘로켓그로스’ 운영하고 있다. 로켓그로스로 상품군이 늘면서 지난 1분기 로켓그로스 판매량은 1년 전 대비 90% 늘었다.
쿠팡은 연속 흑자·사상 최대 매출 외 ‘내실 부분’에서도 유의미한 변화를 이뤘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잉여현금흐름이 4억5100만 달러(5753억원) 흑자를 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 중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돈으로 흑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 ‘이마롯쿠’ 충성 고객 확보 경쟁 본격화
쿠팡의 성장으로 국내 유통 시장의 패권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외형 성장에도 꾸준히 따라붙었던 지속 가능성 의문이 차츰 개선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쿠팡은 지난 1분기 통계청 집계 기준 국내 유통시장 규모가 4% 성장에 그치는 동안에도 매출 기준 13% 성장했다.
쿠팡은 지난해 이미 유통 부문 시장 점유율에서 이마트로 대표되는 신세계그룹에 이은 2위에 올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 시장 규모는 약 602조원으로 매출 기준 점유율은 신세계(5.1%), 쿠팡(4.4%), 롯데(2.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쿠팡의 성장을 이끈 멤버십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쿠팡의 추격을 받는 신세계가 오는 6월 G마켓과 SSG닷컴을 통합한 유료 멤버십을 확장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롯데 역시 4000만 회원을 보유한 그룹 멤버십 서비스인 ‘엘포인트 멤버스’ 혜택 강화에 나섰다.
쿠팡도 올해 쿠팡이츠 할인 혜택을 확대하는 등 충성 고객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의 시장점유율은 한 자릿수이며 쿠팡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면서 “와우 멤버십을 지구상 최고의 서비스(deal)로 만들기 위해 멤버십 혜택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이 대규모 물류망과 빠른 배송 시스템으로 유통시장의 지형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면서 이마트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충성 고객 유치 전쟁이 ‘이마롯쿠’(이마트·롯데·쿠팡) 경쟁의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민주의 배신… 삼성전자 미보유자 수익률이 보유자의 3배
- [똑똑한 증여] “돌아가신 아버지 채무 6억”… 3개월 내 ‘이것’ 안 하면 빚더미
- “진짜 겨울은 내년”… 세계 반도체 장비 공룡들, 대중 반도체 제재에 직격타
- 오세훈의 ‘미리 내 집’ 경쟁률 50대 1 넘어… 내년 ‘청담르엘·잠래아’ 등 3500가구 공급
- 특급호텔 멤버십 힘주는데... 한화, 객실 줄인 더플라자 유료 멤버십도 폐지
- 中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공개… 韓 ‘보라매’와 맞붙는다
- 배터리 열폭주 막을 열쇠, 부부 교수 손에 달렸다
- 사람도 힘든 마라톤 완주, KAIST의 네발로봇 ‘라이보2’가 해냈다
- '첨단 반도체 자립' 갈망하는 中, 12인치 웨이퍼 시설 설립에 6조원 투입
- “교류 원한다면 수영복 준비”… 미국서 열풍인 사우나 네트워킹